“이걸 누가 본다고” 가뜩이나 쓰레기 천지 선거…명함까지 돌려야 해? [지구, 뭐래?]
[서울시 엠보팅]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기초자치단체장 4명과 서울시 교육감 1명을 뽑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 명함이 다시 길가에 나뒹굴기 시작했다. 명함뿐 아니다. 피켓, 현수막, 책자형 선거공보물, 선거 운동복과 어깨띠, 그리고 문자까지. 선거를 한번 치를 때마다 어마어마한 쓰레기와 탄소가 배출된다.

선거 홍보물품들은 선거가 끝난 시점에는 쓸모가 없어지지만, 후보와 공약을 검증하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려면 필요하다. 그만큼 선거 홍보물품의 홍보 효과와 환경적 영향을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이걸 누가 본다고” 가뜩이나 쓰레기 천지 선거…명함까지 돌려야 해? [지구, 뭐래?]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종로구 일대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

비영리스타트업 ‘웨어마이폴’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48명의 서울시 국회의원들이 예비후보 등록을 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4월 선거일까지 선거 운동을 하면서 배출한 탄소를 추산한 결과, 10만1868㎏로 나타났다. 서울시에서 연간(2021년 기준) 배출되는 탄소의 0.2% 수준이다.

웨어마이폴이 지난 5~9월 서울시 내 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 회계 자료를 열람해 선거 홍보용품의 총량을 추적한 결과다. 당선된 의원들의 선거 운동만 따졌던 만큼 출마한 모든 후보들까지 감안하면 배 이상 탄소가 배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거 홍보물품은 크게 여섯 가지로 구분했다. ▷마스크, 모자, 장갑 등 ‘소품’ ▷바람박이, 야구점퍼, 조끼 등 ‘의류’ ▷책자형 선거공보, 벽보, 명함 등 ‘인쇄물’ ▷문자메시지, 음성 발신 등 ‘통신’ ▷현수막, 어깨띠, 피켓 등 ‘사인’ ▷연료와 주행 거리에 따른 ‘차량’이다.

홍보물품별 탄소배출량은 인쇄물이 7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사인(12%), 통신(10%), 차량(6%), 의류(1.6%), 소품(0.4%) 순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48명의 후보가 선거 운동만을 위해 제작한 옷은 약 3251벌이었다. 후보 한 명당 평균 67벌의 선거 운동복을 마련한 셈이다. 선거 운동 기간 발송된 문자 메시지는 총 332만8152건으로, 유권자 1명에게 평균 4통 이상의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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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마루 360에서 열린 비영리 스타트업 웨어마이폴의 ‘일회용 선거운동복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밋업’에 선거운동복들이 전시돼 있다. 주소현 기자

후보와 공약을 알려야 하는 선거 홍보물품의 특성을 감안하면, 탄소배출량보다는 홍보 효과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유권자들은 가장 불필요하다고 보는 선거 홍보물품으로 명함을 지목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단체 지구를지키는배움터(지지배)가 온라인으로 유권자 4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1명(20%·3개 중복 응답)이 명함이라고 답했다. 293명(19%)은 유세 전화와 문자메시지, 281명(18%)는 현수막이 불필요하다고 봤다.

원종준 지지배 대표는 “유권자들은 후보와 공약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경향이 컸다”며 “전통적 출력 선거 홍보물의 영향력 대체로 높지 않았지만, 정보 양이 많은 홍보물일 수록 영향력이 크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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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열흘 앞둔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우편함에 투표 안내문·선거 공보물이 꽂혀 있다. [연합]

이외의 홍보물품을 어떻게 줄여가야 할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가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홍보물품은 책자형 선거공보, 벽보, 명함 등 ‘인쇄물’인데, 이를 인쇄물을 줄여야 하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먼저 인쇄물을 전자 선거 공보물로 대체하자는 주장이다. 윤건영 의원 외 10명은 (의안번호 2204085) “유권자의 집마다 우편 발송되는 선거 공보와 길거리에 게시되는 선거 벽보는 결국 쓰레기로 버려지게 된다”며 선거공보를 전자적 형태로 작성하고, 이를 문자로 발송하는 방식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전자 선거 공보물로 바꾸면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줄어들지만 저장 및 발송하는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된다는 반론이 있다. 또 온라인 접근성이 낮은 노약자, 장애인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강득구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의안번호 2204244)은 재생용지 수요를 확보하면서 선거 직후 버려지는 종이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선거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투표안내서, 공보물, 벽보, 명함 등에 반드시 재생용지를 사용하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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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감 보궐 선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이 분류기 점검용 투표지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지난 총선에서 마포구갑에 출마했던 김혜미 녹색당 후보는 “전자 선거공보는 유권자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현재 우편으로 발송되는 책자형 선거 공보물에도 사실 수어 통역 QR코드를 삽입해야 하지만 지키지 않는 후보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활용 선거 운동복을 제작하거나 화석연료에서 추출하지 않은 면 형태의 현수막, 폐지를 활용한 피켓, 자전거나 전기차 등을 이용한 유세 등으로 친환경 선거 운동을 펼쳐 왔다는 게 김혜미 후보의 설명이다. 재생 용지를 사용할 경우 비용이 더 발생하지면 탄소 배출량을 절반 가량 줄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결국, 무엇이 친환경 선거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이야기다. 최재엽 웨어마이폴 운영위원장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게 친환경인지, 폐기 발생을 줄이는 게 친환경인지 정리된 바가 없다”며 “친환경 선거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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