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증가율 둔화 계기로 국내 기업 영업이익 하향 조정
“코스피·반도체株, 더 낮아지기도 어려워”
제조업 대비 서비스·소비 업종 이익↑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국내 기업들의 실적 시즌이 시작됐으나 분위기가 좋지 않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주의 대장주 삼성전자가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하자 코스피가 힘을 못 쓰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14일 추가 주가 하락 위험은 낮지만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실적 우려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수출과 성장율을 견인했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정점을 지난 이후 반도체 영업이익 추정치가 하향되고 있다”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로, 2010년 이후 지난 14년의 추이를 살펴봤을 때 PER이 지금보다 더 낮아졌던 국면은 ▷코로나19 ▷미·중 무역갈등 ▷2011년~2012년 유럽 재정위기 정도다. 따라서 허 연구원은 “현재 미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이 더 낮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봤다.
허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낮아진 실적에도 “(삼성전자) PBR 기준으로는 저평가 영역”이라면서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주가는 이미 상당히 낮아져 있어 주식시장이 더 하락할 여지는 높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허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즉 매출이 확대되는 데도 영업이익 고점은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대만 등 주변국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와중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한국 주식에 대한 매력은 크게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반도체 영업이익은 2017년~2018년을 정점으로 분기 최고치를 경신하지 못하고, 둔화되고 있으며 최근 반도체 수출 증가율 역시 올해 2월을 정점으로 서서히 둔화된 바 있다. 설상가상 여기에 반도체 세력이 커진 ‘대만’과의 글로벌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대만은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수출 규모가 급격히 늘어 국내 반도체를 앞지르기도 했다.
허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국내 기업 영업이익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향되기 시작했다”며 “저평가되었다고 해서 주가가 오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수출 또는
경기에 민감한 제조업보다 업종 이익이 상향되고 있는 화장품/의류·증권·보험·필수소비 등 소비 및 서비스 업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