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퇴직연금 가입자가 다른 금융회사로 쉽게 계좌를 옮길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오는 15일 예정대로 실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10일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시행일을 순연하는 안을 유력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한 해 동안 금융업권별 이해관계 대립으로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졌는데 시행일을 앞두고 또다시 연기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은행·보험·증권사는 오는 15일 예정이었던 퇴직연금 실물 이전 시행일을 미루는 안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는 말 그대로 현재 퇴직연금 계좌에서 굴리는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현재 상태 그대로 타사 계좌로 옮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시행일이 미뤄진 배경에는 금융업권별 엇갈린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적 영업망을 통해 퇴직연금 시장을 장악한 은행권이 순연해달라는 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연금 계좌를 타금융사로 옮기기는 쉬워진 만큼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증권사 등으로 고객 이탈이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연금 자산의 절반이 은행에 묶여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 퇴직연금 적립 규모는 394조2832억원으로, 이 중 은행에 몰린 연금은 207조1945억원(52.5%) 수준이다. 반면, 수익률은 증권사가 앞선다. 지난해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연간 수익률은 7.11%로 은행(4.87%)과 보험(4.50%) 업종의 수익률을 웃돌았다.
일각에선 늦으면 이달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은 은행권의 참여가 중요한 사안인데, 은행 측에서 연기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달 말부터 늦으면 11월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