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반도체 행사에 美·日 연사들 등장
대만 파운드리 PSMC 인도 14조 투자
마이크론도 연말 패키징 공장 가동 앞둬
인도, 반도체 R&D 넘어 생산거점 육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핵심으로 급부상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인도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면서 미국, 일본, 대만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속속 현지 투자계획을 내놓으며 빠르게 집결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가 올해 2월 인도 벵갈루루에 신규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했지만 경쟁 기업들은 R&D를 넘어 생산시설 구축에 나서며 더욱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도 정부 역시 생산시설 유치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인도 반도체 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지난 9월 11일부터 2박 3일에 걸쳐 그레이터 노이다에서 열린 ‘세미콘 인디아 2024’ 행사에서 잘 드러났다. 글로벌 반도체산업협회(SEMI)가 개최한 이번 행사 개막식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직접 참석해 글로벌 반도체 생산 허브로서 인도의 역할을 강조했다.
인도가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이번 세미콘 인디아에는 미국·대만·일본·싱가포르·독일 등 해외 기업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코트라에 따르면 전시에 참가한 업체의 약 60%가 외국 기업일 만큼 예년과 달라진 분위기였다.
주요 연사 리스트에도 일본 경제산업성 국제관계차관과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기술 및 제품 부문 부사장이 이름을 올리며 인도 시장에 대한 일본과 미국의 각별한 관심을 대변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 26일엔 자신의 트위터에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PSMC의 경영진과 웨이퍼를 함께 들고 있는 사진을 게재하며 PSMC의 투자 소식도 공식화했다. 모디 총리는 “PSMC가 인도에서 입지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PSMC는 인도 타타그룹과 협력해 구자라트 지역에 인도 최초의 12인치 웨이퍼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투자 규모만 110억달러(약 14조4300억원)에 달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당 공장은 한 달에 5만개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아울러 2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도 예상된다.
인도는 이번 투자유치로 글로벌 반도체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투자를 결정한 PSMC에 대한 행정 지원과 투자자 보호를 약속하며 화답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세계 메모리 반도체 3강인 미국 마이크론은 이미 지난해 9월 인도 구자라트주에 27억5000만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인도 중앙정부와 구자라트 주정부가 건설비용의 50%, 20%를 각각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 공장을 가동해 내년 1분기부터 생산할 것으로 점쳐진다.
반도체 제조기업들의 잇따른 ‘인도 러시’는 반도체 장비기업들의 인도 진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6일 일본 장비기업 도쿄일렉트론이 인도에서 칩 엔지니어 팀을 구성한다고 보도했다. 2026년까지 현지 엔지니어를 채용해 교육하고, 타타그룹 산하의 타타 일렉트로닉스에 기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도 지난해 6월 벵갈루루에 4억달러(약 5200억원)를 투자해 엔지니어링 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시장에서 우리 반도체 기업의 입지는 해외 기업들과 비교하면 아직 미진한 수준”이라며 “향후 인도 반도체 시장의 성장에 대응해 제조나 공정 기술에 있어서 기회를 모색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