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길고양이인 줄 알았다.”
얼핏 보면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몸집이 더 크다. 그리고 몸에 반점이 더 많이 나 있다. 이 동물의 정체는 바로 ‘삵’. 살쾡이란 이름으로도 친숙하다. 삵과 살쾡이는 같은 동물로, 복수 표준어다.
살쾡이란 어원 자체가 삵에서 고양이의 ‘괭이’가 더해진 데에 있다. 그만큼 고양이와 비슷하다.
외형은 비슷하지만, 처한 환경과 의미는 전혀 다르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대표 반려동물인 고양이와 달리, 삵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멸종위기로 분류된 것도 무려 1998년부터다.
귀한 삵이 도시에, 그것도 서울 한강 공원에서 발견됐다. 인간이 조금만 배려한다면, 충분히 자연과 생태계는 스스로 복원할 힘이 있다는 걸 시사하는 귀한 사례다. 삵 외에도 큰기러기, 남생이, 맹꽁이 등 다양한 멸종 위기종이 한강 공원에 등장하고 있다.
삵은 원래 산이나 계곡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이었다. 쥐 등 설치류를 즐겨 먹는다. 흔했던 삵이 멸종위기를 겪은 데엔 ‘쥐약’이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로 강력한 쥐약을 무분별하게 살포했고, 쥐약과 쥐를 먹은 삵들이 결국 멸종위기까지 직면하게 됐다. 결국, 인간 때문이다.
멸종위기의 삵이 발견된 장소는 서울 한강 광나루한강공원 내 생태경관 보전지역인 암사생태공원. 서울시 한강본부 측은 “당시 발견된 삵이 어미로부터 독립된 새끼로, 물웅덩이 주변에서 사냥을 하던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한강변 탐방로 등에서 배설물을 통해 삵의 흔적을 최초 발견했고, 이후 모니터링을 거쳐 그 모습까지 실제 확인하게 된 것.
현재 한강엔 여의도 샛강, 강서습지, 고덕수변, 암사, 난지생태습지원 등 5개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7년 한강 생물종은 1608종이었으나, 2022년 기준으론 2062종까지 증가했다.
특히, 삵 외에도 수달, 맹꽁이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고, 황조롱이나 수리부엉이 등 천연기념물의 서식도 발견됐다.
한강변 나무도 총 365만 그루로 2007년 말(199만 그루)과 비교하면 약 1.8배 증가했다. 한강변에 숲이 생기고, 생태공원을 중심으로 보호가 이뤄지면서 생태계가 회복되는 수순이다.
주용태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앞으로 한강 본연의 모습에 가까운 생태계 복원을 이뤄내 다양한 생물과 사람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