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베이루트·가자지구 공습 이어가
양측 목표 뚜렷한 상황…휴전 난항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지상전을 막기 위해 임시 휴전안을 추진했지만 양측은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며 오히려 전면전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은 심지어 지상전에 대비한 모의 훈련까지 실시했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레바논 동부 베카밸리, 남부 접경지 등의 헤즈볼라 거점을 향해 대규모 폭격을 이어갔다.
특히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 다히예 지역의 아파트 건물에 전투기로 미사일을 쏴 헤즈볼라의 무인기(드론) 지휘관 무함마드 후세인 사루르를 살해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날 하루에만 92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도 폭격을 가했다. 가자 북부 한 학교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해 어린이를 포함해 사망자 15명이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민방위 당국은 이스라엘 공습으로 학교 폭격을 포함해 해당 지역에 35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북부로 로켓 약 100기를 발사했다.
헤즈볼라는 이날 성명을 내고 “레바논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로켓을 일제 사격해 (이스라엘의) 라파엘 방위산업단지를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라파엘 방산단지는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 인근에 있다.
미국, 호주, 캐나다, 유럽연합(EU),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는 공동성명을 내고 전날 유엔총회에서 서방 국가들이 제시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21일간 휴전 협상안을 지지했다. AFP 통신, 영국 스카이뉴스 등 매체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몇 시간 내로 3주간의 휴전에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휴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미국과 프랑스의 (휴전) 제안에 총리가 아직 응답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레바논에 대한 공습 강도를 낮추라고 군에 명령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총리실은 “사실에 반한다”고 부인했다.
이스라엘군은 또 이날 레바논 접경지 군사작전을 담당하는 북부사령부 산하 7기갑여단이 레바논 내에서 기동하는 경우를 가정한 모의 훈련을 마쳤다고 발표하며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스라엘이 휴전을 완강히 거부하는 배경에 대해 NYT는 북부 지역에서 헤즈볼라를 완전히 후퇴시키고 6만여 명의 주민들을 귀환시키겠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놨다.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도착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6일 기자들에게 “우리의 정책은 분명하다. 우리는 헤즈볼라를 전력을 다해 계속 공격하겠다”면서 “모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가자 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점도 휴전 거부 배경으로 거론했다. 야코브 아이시 이스라엘군 작전국 전 사령관은 “(레바논) 지상 침공을 감행할 충분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스티븐스 로열 유나이티트 중동 전문가는 “이스라엘은 일시적인 해결책을 원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이어진 안보 문제를 해결 못했는데 무엇을 위해 (미국 측의 제안대로) 21일간 휴전하려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헤즈볼라 역시 쉽게 휴전에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NYT 꼬집었다. 헤즈볼라는 가자 지구에서 휴전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을 천명해왔는데 휴전할 경우 동맹과 원칙을 포기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