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심사 과정서 금투세 시행 여부 결정 전망
커지는 유예론…“사실상 폐지와 다를 바 없다”
정성호 “유예는 시장 불안정성 더 심화시킬 것”
“정무적 판단만 남아 흐름 걷잡을 수 없게 됐다”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에 대한 당론 결정 시기를 국정감사 이후로 연기했다. 시행을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금투세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유예론에 더욱 힘이 붙을 전망이다. 당내에선 2027년 대선을 바라보는 이재명 지도부의 정무적 관점에서 금투세 유예는 사실상 폐지와 다를 바가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26일 민주당 안팎에서는 금투세에 대한 당론을 국정감사가 끝난 뒤 예산심사 과정에서 확정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금투세는 가만히 있어도 내년 1월 1일이 돼야 시행이 되는데 굳이 지금 급하게 당론을 결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금투세 토론회 이후 당내 혼란이 가중되자 결정을 유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도부가 시행을 유예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데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점도 금투세 시행 유예에 힘을 실어주는 방안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지금은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있지만, 주식시장에 대한 다른 조치 없이 유예를 하겠다고 한다면 민주당은 더 많은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상법 개정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금투세 유예에 대한 반감을 정도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코리아 부스트업 5대 프로젝트’를 법률안으로 성안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대 프로젝트에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 ▷독립이사 의무화 ▷감사의 분리선출 ▷대기업 집중투표제 활성화 ▷전자주총 의무화 및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일각에선 민주당 내에서 금투세 시행 반대 여론이 커지는 기류는 결국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시행을 미루려면 어느 시점까지 유예를 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민석 최고위원 등 일부 지도부는 대선을 고려해 그 이후인 3년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집권을 하더라도 거듭 연기된 금투세가 시행되는 때가 다가오면 이에 대한 강한 저항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금투세 폐지론을 원내에서 가장 먼저 꺼내든 친명(친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처음에는 유예 입장이었는데 최근 상황을 보니 유예하는 것이 시장 불안정성을 더 심화시킬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집권해 주식시장을 살려 놓은 다음 처음부터 다시 (금투세를) 검토하는 것이 낫다"며 “지금처럼 갈등이 심화한 상태는 유예로 정리될 것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해 “가만히 있으면 시행되는 금투세에 대한 불안정성, 불확실성이 생긴 이유는 민주당 내에서 유예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지금 유예를 하자는 것은 실제로는 폐지를 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금투세에 대해서는 정무적인 판단만 남게 됐다”며 “흐름을 걷잡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