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백 자체가 청탁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

“가방 건네기 이전부터 여러차례 김 여사에 청탁”

[단독]최재영 측 “수심위서 디올백  ‘수단’ 아니라 ‘목적’ 있었다고 반박”[윤호의 검찰뭐하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전달해 논란이 되고 있는 최재영 목사(가운데)가 야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가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검찰의 주장을 정면 반박해 수심위 현안위원들을 설득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최 목사 측 류재율 변호사는 헤럴드경제에 “최 목사는 지난 6일 총장 직권 수심위에 참석하고자 했으나 거절당해 제대로 된 주장을 펼 기회조차 없었다”며 “검찰의 논리만 현안위원들에게 어필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반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검찰은 명품가방인 디올백을 건넨 것은 뇌물이 아니라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으나, 최 목사측은 디올백 자체가 청탁을 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할 방침이다.

류 변호사는 “디올백을 건네기 이전부터 여러차례 최 목사가 청탁을 했음을 감안하면, 김 여사가 명품백이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했고 청탁의 내용도 직간접적으로 대통령 권한과 영향력 범위 내의 청탁이라는 사정도 알았을 것”이라며 “당장 명품백을 전달하기 한달여 전 대통령 공관에 지인 미술작품 청탁이 있었고, 한달 후에는 김창준 전 미국하원의원 국립묘지 안장 청탁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측은 이처럼 청탁의 대가로 디올백을 전달했고, 대통령의 포괄적인 직무범위를 감안할 때 직무관련성은 당연히 인정된다는 주장을 수심위에서 펼칠 계획이다.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생기게 된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는 처벌규정이 없지만, 공직자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 현직에 있는 동안 기소는 불가능하다.

수심위 결과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 여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조사할 수도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범죄가 성립된다면 국민들이 보기에 눈높이에 맞는 수사를 하고 원칙에 따라 수사할 예정”이라며 김 여사 소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수심위는 사안별로 참여할 위원을 무작위 추첨하는 구조여서 최 목사 사건 수심위에선 총장 직권으로 열린 김 여사 사건 때와 다른 위원들이 사건 내용을 심의하게 된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르면 위원장은 위원명부에 기재된 위원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심의기일에 출석이 가능한 위원 15명을 현안위원회 위원으로 선정하며, 이 경우 이전 회의의 심의에 관여하지 않은 위원 중 출석 가능한 위원을 우선적으로 부르도록 규정돼 있다.

직무 관련성 여부는 이미 지난 6일 열린 수심위에서도 다뤄져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권고 의견이 나왔지만, 이번 수심위에 15명 모두 이전과 다른 현안위원들이 참여하는 만큼 직무 관련성 여부를 달리 판단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김 여사 수심위 때 참석한 검찰과 김 여사 측 변호인이 모두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이던 것과 달리, 이번엔 검찰과 반대 의견을 가진 최 목사 측이 참석해 훨씬 더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수사한 검찰은 불기소를, 피의자인 최 목사 측은 기소를 주장하는 진기한 장면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최 목사 측은 김여사와 디올백에 대한 최종 처분이 나오면, 민형사상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가방 반환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류 변호사는 “형사 절차상의 청구로 법원에 압수물 환부 신청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고, 민사적으로 소유권에 대해서 다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