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서래마을 등 고가 월셋집 시장 나와
1~2년치 선납하는 외국인 렌트 조건 매물
외국인 렌트 수익 강조한 매매 매물들도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빌라 1층 매물의 소유주는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세입자’만 받겠다고 못 박으며 부동산에 내놨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해당 매물은 단독정원이 딸렸고, 내부 전체를 리모델링한 곳이다. 전용 241㎡ 규모의 해당 매물은 렌트 조건으로 월 1300만원, 2년 선납조건을 내걸었다.
23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특정 지역에는 '외국인 렌트'만을 조건으로 내건 매물들이 몰려있다. 대사관저가 밀집한 용산구 한남동과 동빙고동, 미군부대와 외국인 학교가 가까운 이태원동, 근처에 프랑스학교가 있는 서래마을을 비롯해 외국인학교 근처의 연희동, 상암동 등 일부 서부권이 외국인 세입자들이 많은 주요 동네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외국에는 전세 제도가 없기 때문에 외국인 세입자를 들이면 보증금은 낮고 월세는 높게 받을 수 있는데, 1~2년 선납을 받을 수 있다보니 고가 월세를 놓은 집주인 입장에선 선호하게 된다”며 “다만 특정 지역에서 많은 사례”라고 말했다. 외국에선 주로 단독주택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가구·다세대 주택이더라도 단독정원 등이 딸려 사생활이 유지되며 대형 평형인 곳들이 인기 매물로 꼽힌다.
같은 빌라 내 가구여도 세입자 국적에 따라 월세 조건이 크게 차이나는 경우도 흔하다. 가령 반포동 서래마을 한 고급빌라 전용 154㎡ 1층 매물은 최근에 ‘외국인 렌트 및 일반 월세‘를 받겠다며 보증금 5000만원, 월세 700만원 24개월치 선납을 조건으로 매물이 나왔다. 사실상 1억68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을 한번에 내고 2년을 살 조건은 외국인 세입자 외에는 수용이 어렵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반면 해당 빌라의 다른 호실 소유주는 올해 1월 기준 보증금 8억원에 월세 200만원을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약 100평 수준의 대형 평형은 월세 1000만원 안팎인 경우가 흔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래마을 프랑스학교 인근 중심부에 자리잡은 반포동 강남원효성빌라 전용 228㎡는 지난 6월 보증금 없이 월세 850만원에 2년간 월세 계약을 맺었다. 앞서 대사관이 밀집된 곳에 위치한 동빙고동 엠베시애비뉴빌렌트 전용 224㎡는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보증금 3600만원, 월세 1200만원에 계약을 이어왔다. 서초구 한 공인 관계자는 “외국인 렌트를 목적으로 올수리하는 집주인들도 있다”며 “월세 금액은 (주변 시세뿐 아니라) 회사 규모나 직책, 가족 수까지 고려해 책정된다”고 말했다.
대사관 직원이나 법인 명의로 렌트하는 외국계 기업 중역들이 살다보니 비싼 월세를 감당 가능하단 인식에, 아예 외국인 렌트 임대 수익을 투자 매력으로 내세운 매물도 나와있다. 다만 수요층이 한정돼 있어 일반적인 임대시장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주변에 임차 경쟁 물건이 늘거나 감가상각이 되면 수익률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