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한동훈? 원인으로 “소통부족” 꼽혀…“여당 대표라면 더 다듬어져야”
“한동훈, 여의도 ‘문법’ 바꾸는 것이 ‘체계’ 엎으라는 것 아냐” 지적도
‘차기 대통령감 적합도’ 질문에…한동훈 지지율, 반년 새 10% 포인트↓
10월 재보궐 선거, ‘제2의 강서구청장 선거’ 될까…“혼자 책임 못 피해”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역할론에 대한 당내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매끄럽지 않은 당내 소통에 이어 정책적 성과 부재로 인한 우려다. ‘원외’라는 한 대표의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메시지 톤을 당정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추석 전 출범 실패한 여야의정 협의체…“전제 조건 없다”
한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소방서를 격려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정갈등 상황과 관련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전제 조건을 걸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거듭했다. 한 대표는 ▷2025년도 의대정원 증원 유예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등 의료계의 요구를 대통령실에 건의하겠냐는 질문에 “협의체 출범을 위해 노력하는 입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오해를 살 만한 언행에 대해서는 당대표로서 공개 지적하지 않았냐”며 “누가 잘했냐 못했냐, 누가 옳은가를 따지기보다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부와 의료계 간 극한 대립 속에서 ‘중재자’를 자처해 온 한 대표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앞서 한 대표는 대통령실에 2026년 의대 정원 증원을 제안했으나 대통령실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후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한 의료계 참여를 촉구하며 의료계 요구사항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당 원내지도부와 논의하지 않고 연달아 메시지를 내면서 주장에 동력을 얻지 못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가 중재자를 자처하는 메시지를 내지만 역효과만 내다 보니 톤을 낮춘 것 같다”며 “한 대표의 그간 입장 발표가 섣불렀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원외’ 한동훈, 소통 부족 지적…“이젠 장관 아닌 당 대표”
당내에서는 한 대표가 ‘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인으로는 한 대표의 ‘소통 부족’이 꼽힌다. 여당 당대표가 언제나 정부와 한 목소리를 낼 수는 없지만 통상적으로 의견 충돌은 ‘물밑 조율’ 과정에서 이뤄지는데 한 대표는 이를 공개한다는 비판이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한 대표가 당대표가 된 이후 여당 의원 입장에서도 ‘당정 소통 창구가 막힌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인 사실이다. 정치를 제대로 할 줄 안다면 정부여당 간 갈등을 부각시키기 보다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을 저격해 당정 대 야당 프레임을 짜는 것이 맞다”며 “한 대표가 정부여당을 위한 정치가 아닌 자기 정치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라고 했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도 “한 대표의 메시지는 모두의 주목을 받기 때문에 더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많은 사람과 의논해야 하지만 정작 한 대표가 발언하기 전까지 그밖에 모르는 경향이 있다”며 “금융투자소득세처럼 반응 있는 이슈가 더 필요하다. 한 대표가 딱 1년만 늦게 나오면 어땠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63%의 전당대회 지지율을 강조하는 한 대표지만, 이 지지율이 한 대표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한 대표 해야 할 개혁은 여의도 문법을 바꾸라는 것이지 여의도 체계 자체를 바꾸라는 것이 아니다”며 “정치는 사람 대 사람으로 접근해야 할 일이다. 지금 하는 것처럼 검찰 조직 마냥 소통하고 의견을 구하고 본인 이야기만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부처의 장관이 아니라 정치를 하는 정당의 대표”라고 강조했다. 여권 관계자는 “의대정원 증원 유예를 말할 것이라면 총선 때 이야기 해야 했다”며 “당원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하고 그와 싸우라고 뽑았는데 지금은 ‘저 이재명이랑 사이가 좋다’고 홍보하는 것 아니냐. 와중에 (당대표 회담) 합의문 내용도 맹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한 대표를 뽑은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뽑은 이유와 비슷하다. 정의로운 이미지 때문”이라며 “한 대표도 대표가 되니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몸을 아낀다”고 했다.
실제 한 대표 취임 후 국민의힘 지지율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그리고 한 대표 개인 지지율까지 동반 하락하고 있다. 지난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 9월 1주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이 대표는 26%, 한 대표는 14%를 기록했다. 한 대표가 취임한 직후 실시된 조사(7월 4주)에서 5주 만에 5%포인트 하락했다. 총선 1달 전이었던 3월 1주 조사 때와 비교하면 이 대표는 23%에서 3%포인트 상승, 한 대표는 24%에서 10%포인트 하락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0.16 재보궐 선거 결과 중요”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가 국민의힘 ‘한동훈 체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앞서 지난 15일 10.16 재보궐 선거 후보자를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궐 선거 후보를 당 지도부가 결정하기 보다 각 지역 당원협의회에 일임해 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의 경우 당시 김기현 지도부가 결정하면서 파급도 컸다”며 “당 대표보다 해당 당협에서 책임지라는 의미”라고 했다.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한동훈 책임론’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한동훈 지도부가 재보궐선거의 파급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의견이 거세다. 또다른 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기현 지도부가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이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다. 물론 당시 대통령실의 입김이 거세기는 했지만 선거는 결과”라며 “결과가 좋지 않은데 한 대표 혼자 책임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