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야구장 쓰레기…언제까지 이렇게?”
추석 연휴 한국프로야구가 관중 1000만 명을 달성할 전망이다. 1982년 출범한 이후 한 시즌에만 관중이 1000만 명 이상 야구장을 찾는 건 처음이다.
문제는 야구장 쓰레기다. 긴 경기 동안 대부분의 관중이 음식물을 먹기 때문이다. 1000만 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면 각종 일회용 컵과 수저, 그릇 등 쓰레기는 1000만 개 이상 나오게 되는 셈이다.
야구장 쓰레기는 어제오늘 일 아니다. 전국 체육 시설 중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바로 야구장이다.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적극 도입하고,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쓰레기를 잘 분리배출할 수 있도록 각 구단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문이다.
야구장이 해결해야 할 일회용 쓰레기는 대부분 음식물 포장재다. 개정된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에 따라 지난 2022년 11월 말부터 막대풍선이나 비닐방석과 같은 일회용 응원 용품의 사용이 금지돼서다.
정해진 장소에서 음식물을 섭취하고 나오는 특성을 감안하면 야구장은 다회용기를 도입하기 좋은 환경이다. 축제 등 야외에서 열리는 행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다회용기를 회수하기 용이해서다. 다 먹은 떡볶이통, 치킨 상자 등을 야구장 쓰레기통에 버리고 오듯, 다회용기도 야구장을 떠나기 전에 반납하면 된다.
이에 지난해 2023년 4월 환경부와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 조성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현재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곳은 서울 잠실야구장과 인천 SSG랜더스필드, 수원 KT위즈파크 3곳뿐이다. 구장에서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는 셈이다.
다회용기를 도입한 야구장 자체가 적다 보니 다회용기에 대한 인지도 저조한 편이었다. 녹색연합이 지난 6월20일부터 7월27일까지 야구 관중 20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실제 다회용기를 이용해본 적 있다고 응답한 관람객은 36%으로 나타났다.
“다회용기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는 응답자는 2%에 그쳤다. 다회용기 반납을 어떻게 하는지(36%), 어떤 매장에서 다회용기를 이용하는지(31%)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다회용기 반납함이 부족하다는 응답도 27%였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5~8월, 올해 5~7월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운영하는 전국 9개 야구장을 둘러본 결과 “다회용기 서비스를 도입한 구장이 증가했으나 대부분의 구장은 일회용품 사용 지속해 쓰레기가 과다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리배출도 쉽지 않다. 일부 구장은 재질 별로 배출함을 구비하지 않아 분리배출 자체가 불가능했고, 경기 종료 후 퇴장할 때 많은 관중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쓰레기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녹색 연합의 관찰 결과다.
이들이 지난 6월20일부터 7월27일까지 야구 관중 20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56% 역시 “야구장에서 쓰레기 분리배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관중들은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배출하려면 ‘분리배출 품목 표시의 시인성 강화’(34%), 쓰레기통 위치 변경(33%)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녹색연합은 “그동안 구단은 청소노동자가 다시 분리한다거나 관중들의 번거로움, 야구장 내 좁은 통로 등의 문제를 이유로 해결을 회피해 왔다”며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에서 야구 관람객이 분리배출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개선을 필요로 했다는 점이 명확하게 확인됐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폭염으로 인한 경기 취소, 야구장 정전 등 프로야구가 겪는 기후위기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의 영향으로, 이는 과도한 일회용품 사용과 처리 한계를 넘은 쓰레기 문제와 밀접하다”며 “야구장은 전국 스포츠시설 중 가장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고 1인 당 하루 평균 폐기물 발생량도 가장 많은 곳으로 쓰레기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