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전자'에 삼성그룹 펀드 순자산도 감소세
증권가 눈높이도 하향 조정…“그래도 낙폭 과해”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삼성전자의 실적 기대치가 낮아지자 삼성그룹 테마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이 10월 들어 1600억원 가량 빠져나가고 있다. 실적 부진 전망에 짓눌린 삼성전자 주가가 ‘6만전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원화 강세에 반도체 이익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면서 투심이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코스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삼성그룹을 테마로 한 ETF 6곳의 순자산이 1592억3100만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유출세가 가장 컸던 ETF는 'KODEX 삼성그룹밸류'로 1196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는 순자산 감소 전체 6위에 해당된다.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에 투자하는 ETF로, 삼성전자 비중은 25% 수준에 이른다. ‘KODEX 삼성그룹’에서도 509억원 가량의 자금이 유출됐다. 해당 ETF 역시 삼성전자를 22% 수준으로 담고 있다.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를 가장 높은 비중으로 들고 있는 ETF에도 불똥이 튀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27% 넘게 담은 ‘KODEX 200’은 5352억원이 빠져나갔다. 24% 수준인 'KODEX Top5PlusTR'의 순자산도 1519억원 넘게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보유 자산 중 삼성전자의 비중이 27%대인 ‘TIGER 200(1084억원)’ ‘KODEX 200TR(861억원)’ 등 코스피200 추종 상품들도 자금 유출 규모 상위 10위권에 일제히 이름을 올렸다.
투심 위축의 배경은 반도체 업종이 이익 전망치를 정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스마트폰, PC 판매 부진 등으로 메모리 수요가 기존 전망치에 못 미치고, 2분기 깜짝 실적을 이끈 재고평가손실충당금의 환입 규모는 줄어든다는 분석에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냉정하게 보면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뺀 메모리 수요는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메모리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가 마이너스에 그칠 가능성까지 고려될 정도"라며 "반도체 부문 실적은 시장 기대를 크게 하회하는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증권가 반도체 애널리스트들도 최근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연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각각 17% 하향한 9만1000원, 10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보다 앞서 DB금융투자(11만원→10만원), KB증권(13만원→9만5000원), 현대차증권(11만원→10만4000원), 한국투자증권(12만원→9만6000원) 등이 목표주가를 내렸다.
다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현재 수준에서 더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2개월 만에 52주 신고가에서 신저가로 추락한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의견도 많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우려를 빌미로 시작된 주가하락이 이제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로 확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급락해 과매도 구간에 있기 때문에 D램 업황에 대한 안도 심리만으로도 충분한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