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 자문과정에서 설계안 변경 지시
2·4구역은 당초 설계안에서 수정 완료
한 조합장 “획일적 규제보다 자율에 맡겼으면”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서울시가 압구정동 재건축 신속통합기획 자문과정에서 각 조합들에 스카이라인을 조정할 것을 통보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구역들은 초고층동을 줄이는 등 기존 설계안을 변경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압구정 각 재건축 조합들과의 신통기획 자문과정에서 텐트형 스카이라인(단지 중앙부는 고층 배치, 경계부는 갈수록 낮아지는 주동 모양)을 조성할 것을 지시했다. 조합들이 기존에 가져온 설계안에 초고층들이 너무 많아 다채롭지 못하고 위압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층수를 풀어준 취지는 높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계획을 통해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조성해 보자는 것이었다”면서 “70층 초고층 아파트들이 나란히 한강변을 덮었을 때 주는 위압감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사실상 과거 병풍아파트와 다를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압구정 조합들이 자문 초기 단계에 초고층을 너무 많이 계획해 가져오자 내부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았다”고 했다.
이에 몇몇 조합들은 기존 설계회사를 선정할 당시와 다르게 자문과정에서 스카이라인을 크게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압구정 2구역은 기존 ▷69층 4개동 ▷50층 2개동 등 총 6개동을 ▷70층 2개동 ▷60층 2개동 ▷49층 2개동 등 층수를 다양하게 구성하며 총 12개로 동수를 늘렸다. 2구역의 해당 정비계획안은 강남구청 의견청취까지 마치고 조만간 서울시 입안을 앞두고 있다. 해당 정비계획안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에 상정해 검토를 거칠 예정이다.
4구역도 마찬가지다. 이날부터 정비계획안 공람·공고를 시작한 4구역도 당초 60층 보다 높은동이 4개동이 있었지만, ▷69층 1개동 ▷60층 1개동으로 초고층을 줄이면서 기존 총 6개 동을 8개동으로 늘렸다.
또 5구역은 서울시와 스카이라인 변경 등을 포함해 자문을 진행하는 과정이고, 3구역은 77층 3개동으로 구성된 설계안을 서울시에 자문 신청을 올려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초고층 동들이 줄어드는 것이 분쟁의 씨앗이 되며 사업을 늦어지게 할 수도 있다고 봤다. 한 압구정 조합장은 “층수를 낮췄을 때는 동수가 늘어나 한강뷰도 제한되고, 통경축(조망을 확보할 수 있는 열린 공간)도 좁아져 여러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면서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자율에 맡겼으면 한다”고 했다. 한 대형시공사 관계자도 “이과정에서 주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때는 사업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수준의 스카이라인에 대해 큰 불만은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김윤수 압구정4구역 조합장은 “공사기간과 공사비 등을 감안하고 서울시와 자문을 거쳐 현재와 같은 스카이라인을 만들었다”면서 “현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깨끗한 한강뷰가 전체가구수의 75.6%, 가리는게 있지만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집까지 합하면 86.7%까지 나오는 만큼 크게 불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람공고를 시작한 압구정4구역은 기존 한양 3·4·6차, 현대 8차로 구성됐다. 재건축을 통해 기존 1340가구에서 1722가구 늘어날 계획이다. 현재 주로 중대형 평형으로 이뤄져 있어 재건축 이후 전용면적 85㎡ 초과 가구가 전체의 64.3%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