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사건 등 거대 정치수사 잇따라

민생범죄 대응체계 확립·과거사 피해자 명예회복 등 성과도

이원석, ‘민생 총장’으로 남길 원했지만…정치사건 격랑속 미완의 퇴임[윤호의 검찰뭐하지]
이원석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이원석 총장이 2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임기 내내 줄곧 “민생범죄에 주력했던 총장으로 남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현실은 김건희 여사 사건을 비롯한 거대 정치수사에 대해 고심하다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퇴임을 맞게 됐다.

13일 대검찰청에서는 이 총장 퇴임식이 예정돼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총장은 임기 초기부터 대검 간부들에게 “훗날 정치수사에 주력했던 총장이 아니라, 민생범죄를 적극적으로 해결했던 총장으로 남고 싶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민은 오히려 전세사기·성폭력·아동학대·보이스피싱에 관심이 많지 정치인 사건은 금방 지나간다고 보고 있다”며 “거대 정치 담론에 관련된 사건들은 빨리 법원에 넘기든지 해서 종국 처분을 하고, 정말로 우리가 열심히 해왔는데 전혀 부각되지 않고 있는 민생범죄에 집중해 성과를 내고 싶다”는 의지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실은 김 여사 사건과 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사건 등 거대 정치수사 격랑 속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퇴임을 맞게 됐다.

명품백 사건의 경우 당초 총장 직권 수사심의위원회를 거쳐 임기내 결론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최재영 목사가 신청한 수심위가 성사되면서 변수로 작용했다. 검찰은 금품을 서로 주고받아 공범의 일종인 대향범 관계에 있는 김 여사와 최 목사를 분리해 처분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보고 최 목사의 수심위 결론까지 지켜본 뒤 함께 최종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최 목사의 기소 여부를 심의할 검찰 수심위는 오는 24일 열린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2심 선고 이후 수사결론을 내리기로 한 가운데, 임기 초기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회복하고 사건을 신속하게 정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훈 심승우 부장판사)는 전날 투자자 손모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손씨는 애초 주가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된 방조 혐의가 인정되면서 유죄로 뒤집혔다.

김 여사와 유사하게 시세조종에 계좌가 동원된 경우에 대해 재판부가 일부나마 유죄 판단을 내린 것으로, 검찰에서 수사 중인 김 여사 연루 의혹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항공 취업 특혜 의혹이나, 김정숙 여사의 샤넬 재킷 관련 의혹 등도 결론이 난 것이 없다.

다만 이 총장이 ‘검수완박’ 이후 흔들리던 검찰 조직을 추스르고 민생범죄 해결에 집중해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보이스피싱·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 등 민생 대응체계 틀을 확립했다는 점은 성과로 꼽힌다. 이 총장은 “서민을 울리는 불법사금융·온라인도박·보이스피싱·전세사기·금융사기 같은 범죄는 ‘범죄단체나 범죄집단’으로 적극 의율해 ‘조직범죄’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고, 조직적·계획적으로 서민의 재산을 강탈하는 작업사기는 반드시 획기적인 중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과거사 사건에서 억울하게 처벌받았던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에 노력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총장의 지시로 대검은 간첩 누명을 쓴 납북·귀환 어부에 대한 직권재심에 나섰으며,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신군부 계엄군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115명에 대해 ‘죄안됨’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