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CALB, 2028년 전고체 대량 양산 목표
상하이자동차, 2026년 독자 브랜드 전기차 탑재
‘전고체 강자’ 삼성SDI, 하반기 시설 투자 구체화 전망
현대차그룹도 독자 개발 속도낼 듯
2030년 시장 규모 400억달러까지 성장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최근 국내외에서 잇따라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의 유력 배터리 기업들이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낮아 ‘꿈의 배터리’로 통하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양산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삼성SDI가 올해 하반기 전고체 생산공법과 라인 투자 계획을 확정한다는 로드맵을 밝히는 등 상용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K-배터리 기업들과 중국 기업들의 치열한 상용화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5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LB는 최근 중국 청두에서 열린 ‘2024 CALB 글로벌 에코 콘퍼런스’에서 전고체 배터리의 샘플을 전격 공개했다. CALB는 오는 2027년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설치하고, 2028년 대량 양산 체제에 돌입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물질인 ‘전해질’을 기존 전지처럼 액체가 아니라 고체로 바꾼 것이다. 배터리 용량은 늘리면서 무게·부피·화재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콘퍼런스에서 CALB는 측은 “이번에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430Wh/㎏, 용량이 50Ah 이상에 달하며, 배터리 작동 압력·수명·전력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CLAB는 현재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 회사 중 하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LB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34.6%의 성장률을 보이며, 4.6%의 점유율로 글로벌 시장 5위에 안착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 역시 지난 5월 ‘신에너지 기술 발표회’에서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내놨다. 내년 말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한 1차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2026년부터 프로토타입으로 독자 브랜드 자동차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SAIC는 자사가 선보일 전고체 배터리의 에너지밀도가 400Wh/㎏, 용량은 75Ah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200도가 넘는 고온에서도 안전성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SAIC가 현재 구현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이 전고체 구현의 중간 형태인 반고체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SAIC 역시 “3단계에 걸쳐 완전한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고체 배터리의 액체 함량을 1단계에서 10%까지 줄이고, 2단계에선 이를 5%로, 3단계에서는 최종적으로 0%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예정대로 SAIC가 2026년 완전한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성공할 경우 한국과 일본 등 기존의 전고체 강자들을 넘어서게 된다.
이 분야에서 강자로 꼽히는 삼성SDI는 오는 2027년을 전고체 양산 시점으로 잡고 있다. 삼성SDI는 작년 말부터 시작한 전고체 배터리 샘플 공급을 기존 3개사에서 5개사로 확대하는 등 전고체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말 열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SDI 측은 “현재 샘플은 당사 개발 로드맵상으로 계획했던 성능 수준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전고체 양산에서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인 생산 공법 확정과 일부 초기 시설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공급망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두고 이미 전고체 배터리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고위 관계자는 “생산 공법과 시설 투자를 구체화한다는 것은 전고체 배터리 관련 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됐고, 설계 스펙 등 핵심 공정을 확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도 배터리 기업들과 별개로 자체적인 전고체 개발에 나서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11월 서울대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 설립을 통해 전고체·리튬메탈 등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 중이며, 올해 12월 경기 의왕시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곳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 가속화를 위한 통합 연구시설로,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를 위한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잇따라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현대차그룹의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SNE리서치는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22년 2750만달러(약 370억원)에서 오는 2030년 400억달러(약 5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