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집에서 직접 콩국수를 만들었다. 그리고 고명으로는 채 썬 오이와 파프리카, 방울토마토를 올렸다.
비건(식물성 음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철저하고 완전한 채식주의자) 지향 중인 A씨의 지난달 6일 점심 식사다. A씨는 “달걀도 올리지 않고 진정한 비건 응식을 만들어 먹었다”며 “비건 음식을 찾아보고 만들거나 사 먹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B씨는 지난달 1~2일 퇴근길 3.5㎞ 가량을 전철 대신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했다. 대중교통보다 더 적극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시도다. B씨는 “날씨만 괜찮다면 출근할 때도 지전거를 탔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퇴근할 때 계속 자전거를 이용해볼 한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연합이 7월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4주 간 벌인 ‘탄저린(탄소를 저감하는 우린)’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 60여 명은 이같은 체험기를 남겼다.
탄소중립과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시민들은 이 캠페인을 통해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탄소 저감 활동을 하면서 얼만큼 탄소를 줄였는지 계산했다.
한 달 간 매주 다른 목표가 제시됐다. 1주 차엔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과 도보 이용하기’, 2주 차에는 ‘고기 섭취 절반으로 줄이기’, 3주 차에는 ‘지출과 탄소 배출 줄이기’ 4주 차에는 ‘일회용품을 줄이고 다회용품 사용 실천하기’가 목표였다.
참여자들의 후기가 가장 많았던 탄소 저감 활동은 단연 ‘대중교통과 도보 이용하기’였다. 여러 참여자들은 버스(Bus)와 전철(Metro), 걷기(Walk)의 영어 머릿말을 딴 ‘BMW’라는 줄임말을 언급했다.
조금 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걷기의 비중을 늘렸다. 그동안 지하철 역까지 버스를 탔다면 걸어서 가는 식이다.
이를 인증한 시민들은 “차 안에서 책도 볼 수 있다”, “운전하지 않으니 훨씬 피로감이 덜하고, 창 밖을 보면서 다니니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고 했다.
못지 않게 호응이 좋았던 탄소 절감 활동은 ‘고기 섭취 줄이기’였다. 지역 별로 맛있는 비건 식당을 소개하거나 자신만의 레시피를 공유했다. 고기는 버섯탕수육, 채식 만두 등으로 대체됐고, 감자나 가지, 버섯, 애호박 등 여름 채소들도 여러 시민들의 식사에 활용됐다.
한 참여자는 “처음에는 식사가 재미 없고 밍밍한 느낌이었지만 계속하다 보니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며 즐길 수 있게 됐다”며 “꼭 고기를 포함해 요리를 했던 이전이 강박이었다는 생각도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출 줄이기의 후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생필품 구입까지 줄이기 쉽지 않은 탓이다. 대신 버릴 수 있는 물건들도 고쳐 쓰는 방식이 두드러졌다. 밑창이 떨어진 샌들을 수선해 신거나 불가피하게 받은 비닐 봉투를 들고 다니며 보조 가방으로 재활용했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지퍼 손잡이가 빠진 배낭에 빵끈과 리본 등을 단 한 참여자는 “손잡이 하나 부러졌다고 멀쩡한 가방을 버릴 수는 없다”며 “재활용이나 재사용을 염두에 둔 아이템들이 빛났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얼마나 탄소를 줄일 수 있을까. 서울환경연합은 시민들의 활동과 탄소 배출 계산을 토대로 연 평균 9.35톤에서 7.9톤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한 달 간 해왔던 노력을 일년 내내 이어간다면 가능한 수치다.
이민호 서울환경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탄소 저감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흥미와 동기를 일으킬 수 있는 활동의 일환”이라며 “최근에 스스로도 탄소 배출량을 대략 계산해볼 수 있는 도구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