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ABC 임원-해리스 친분 지적
“ABC 비판, 주의력 분산 전술”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달 TV토론을 앞두고 언론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TV토론 주최 언론사인 ABC가 경쟁 상대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할 것이란 주장을 제기했다.
이미 TV토론을 수락한 마당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토록 언론사를 격하게 비난하는 이유는 전략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빅터 피카드 펜실베이니아대 미디어정책·정치경제학 교수는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최근 몇 달 간 ABC방송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기한 문제들은 실제 불만보다 전략적 행동에 가깝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ABC의 명예를 실추시켜 방송국으로 주의력을 분산시키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프랭크 세스노 조지워싱턴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언론사들은 자신들이 뉴스에 나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결국 이 모든 일(트럼프와 언론사의 갈등)은 행사(TV 토론)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TV 토론이 가까워질수록 ABC 방송과 각종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ABC 뉴스와 프로그램 진행자 조지 스테퍼노펄러스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는 ABC 기자를 향해 “지저분하다”와 “ABC 방송은 끔찍하다”고 맹비난했다. 지난 23일에는 ABC방송의 최고경영자(CEO)를 비난하는 글을 엑스(X, 옛 트위터)에 쓰기도 했다.
지난 25일에는 ABC 방송의 모회사 월트 디즈니 임원 다나 월든이 해리스 부통령과 오랜 친구 사이라며 “ABC를 이끄는 해리스의 절친한 친구가 해리스 캠프에 질문을 유출할 것”이라고 의심했다. 이에 월트 디즈니는 “월든이 ABC 뉴스를 운영하는 임원의 고용과 해고를 담당하지만, 그녀는 어떤 보도 결정에도 관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토론 방식을 두고도 기싸움이 진행됐다. 해리스 부통령 측에서 발언 순서가 아닌 후보자의 마이크 음을 소거하는 CNN 토론 규칙 등에 반대하며 양측은 토론 규칙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번 CNN 토론에서 음소거 규칙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과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ABC가 편향적이라고 주장하며 토론 불참을 시사하기도 했다.
TV 토론에 대해 합의를 마친 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카멀라 해리스 ‘동지’와의 토론에 대해 급진 좌파 민주당과 합의했다”며 “이 토론은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업계에서 가장 불공정한 ABC 가짜 뉴스가 생중계할 예정”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론 불만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WSJ은 “그는 한 때 뉴욕타임스(NYT)를 ‘국민의 적’이라고 부르고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를 ‘쓰레기 더미’라고 불렀다”고 지적했다.
불만을 쏟아내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토론에 참여하는 것은 본인에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피카드 교수는 “TV토론은 어차피 일종의 연극이나 쇼(버라이어티)”라며 “화제몰이에 능한 트럼프에게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6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의 TV토론은 5000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