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이 응시, 푸바오도 오빠 소리에 쫑긋

강철원 “허락없이..가서 주의줬다” 너스레

허허는 야생의 자손, ‘사천성의 황태자’ 별명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용인에서 태어나 사천성 외갓집 판다기지에 결혼을 목적으로 이동해 살고 있는 푸바오가 이웃집 수컷 판다 허허와 제대로 썸을 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 눈길을 끈다.

초기에 비해 푸바오가 적극적인 모습으로 돌변해, 썸 단계를 넘어 로맨스 초기로 진입할 것 같은 기대감도 싹튼다.

푸바오의 집에 있는 나무 위에 올라가면 허허의 집도 보이는데, 푸바오가 나무 위에 올라갔을 때 허허도 때마침 자기 집나무위에 올라가 있으면, 서로 마주 보는 일이 많다고 한다. 예전엔 푸바오가 눈을 피했지만, 지금은 푸바오가 웃음을 보내고 허허오빠가 부끄러워 어쩔줄 몰라한다.

푸바오-허허 ‘썸’, 사랑으로 진화?..부끄럼은 옛말[함영훈의 멋·맛·쉼]
사천성의 황태자로 불리는 허허는 야생판다 사이에서 태어난 6살 청년이다.
푸바오-허허 ‘썸’, 사랑으로 진화?..부끄럼은 옛말[함영훈의 멋·맛·쉼]
남의 집(허허네집) 담 너머로 고개를 내미는 푸바오의 도발적 모습

푸바오의 부모와 푸바오, 푸바오의 동생들의 행복한 판생을 위해 뒷바라지해오고 있는 강철원 주키퍼(사육사)는 최근 SBS ‘박하선의 씨네타운’에 출연, 박하선으로부터 “푸바오가 새끼 판다를 낳으면 어떤 기분일 것 같나요?”라는 질문에 “일단 신랑감부터 검증해야 한다”고 말한 뒤, 옆집 허허가 눈독을 들인다는 소문에 대해 “(허락 맡으라고) 제가 주의를 좀 주고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강 주키퍼는 “(푸바오의 아빠인) 러바오 같은 성격이면 좋은 신랑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나름의 신랑감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31일 에버랜드, 사천성 판다기지, ‘세상 모든 이야기’ 등 판다소식을 담은 채널들에 따르면, 중국 사천성 야생에서 구조돼 판다기지의 신세를 지던 차오차오는 다시 야생으로 나갔을 때 그곳에서 수컷 야생 판다를 만나 허허를 잉태했고, 판다기지에서 2018년 허허를 낳았다. 허허는 푸바오 보다 두 살 많다.

푸바오의 지금 집은 허허가 바로 직전 살던 집이다. 푸바오라는 신규멤버가 들어오기도 하고, 몇몇은 일반인 관람형 방사장에 성격적으로 어울리지 않아 야생으로 가기도 하므로, 판다들의 집 이동은 바로 옆집으로 가는 식의 로테이션은 아니다. 그래서 허허가 자기 살던집을 푸바오에게 주고 바로 옆집으로 간 것은 일반적인 이동방식은 아니다.

최근 폭염으로 푸바오가 오후에 방사장에 출근하지 않는 일이 잦아졌는데, 이런 날이면 허허도 힘이 빠지는지 누워있기만 한다고 한다.

판다 거주지 이동과 관련해, 판다 기지 차원에서 허허와 푸바오간 모종의 일을 성사시키려는 ‘기획’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만한 일이 최근 폭염 와중에 있었다.

허허의 사육사는 푸바오가 출근하지 않는 날 축 처져 누워있기만 하는 허허에게 “푸바오 보고 싶어서 그래?”라고 말하고, 허허는 푸바오의 엄살 어린 소리와 비슷한 소리인 “낑~”이라고 답하는 모습이 몇 번 목격되었던 것이다.

허허가 살던 집에 푸바오가 입주했으니 푸바오 입장에서는 허허의 냄새가 익숙해지고 친근감을 더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허허가 나무에 오르지 않았더라도, 푸바오는 허허의 소리가 들리면 귀를 쫑긋 세워 먹는 일을 멈추더니 나무 아래 위를 오르내리는 모습도 보였다.

푸바오-허허 ‘썸’, 사랑으로 진화?..부끄럼은 옛말[함영훈의 멋·맛·쉼]
푸바오 입주 초기 모습. 허허 오빠가 자신을 응시하자, 짐짓 외면하는 푸바오
푸바오-허허 ‘썸’, 사랑으로 진화?..부끄럼은 옛말[함영훈의 멋·맛·쉼]
이전 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서로를 의식하는 요즘의 두 판다 푸바오와 허허.

둘 다 나무 위에 오른 상황에서, 푸바오가 대놓고 허허를 향해, 사람의 웃음 비슷한 모종의 제스처를 보이면 허허가 부끄러워 나뭇잎 뒤로 자기 몸을 숨기려다 내려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입주 초기엔 푸바오는 옆집 오빠의 따가운 시선을 외면하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을 그렇지 않다. 오히려 허허가 더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여러 판다 소식 채널에 비친다.

어떨땐 서로가 서로의 방향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배수구에 앉아 벽을 사이에 두고 대나무를 먹기도 한다.

푸바오-허허 간 교감이 깊어지기 전에는, 프랑스에 살다 사천성 판다기지에 온 위안멍이 유력한 푸바오의 배필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런 소문이 처음 제기됐을 때 한국과 중국 판다 팬 모두 ‘거지 왕자’라는 별명이 붙은 위안멍의 외모가 별로라며 반대의 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허허는 착해보이면서도 잘 생기고 잘 씻은 외양이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야생 판다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근친 우려가 전혀 없이, 어떤 소녀 판다와도 다 결혼할 수 있는 자격을 가졌다는 점에서 ‘사천성의 황태자 판다’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