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표 제안, 들어본 바 없어” 일축
단계적 증원 “매년 고통 겪어야하나”
임현택 의협회장, 단식투쟁 돌입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대통령실이 국민의힘이 제시한 의대 정원 증원 연기에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정부 방침은 변함이 없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며 단계적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오는 30일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이 예정돼있지만,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협의는 쉽지 않아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7일 통화에서 “한동훈 대표의 제안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실에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계획은 유예하자는 의견을 건의했다고 한다.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한 대표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절충안을 제시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의 제안에도 대통령실의 입장은 확고하다. 해당 고위 관계자는 30일 만찬에서 의대 증원 규모 절충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의대 증원을 유예하자는 논리는 전공의들이 복귀해 결국 옛날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를 감안할 때 당정간 서로간 입장을 전달하는데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단계적 증원에 대해서도 “의료계가 한 해 증원하는 것도 이렇게 집단행동을 하며 반발하는데, 매년 이것을 겪어야 하냐”며 “단계적으로 하자는 것은 한번만 올리는 걸로 하고 끝내자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의대 증원안을 발표하면서 2025학년도부터 2000명씩 5년간 1만명을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미 대통령실은 인력 수급문제는 정부의 몫이라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에도 “법령을 보더라도 국회에서 법으로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 의료계와 협상해서 아무런 근거 없이 타협을 통해 결정할 문제도 아니다”라며 “더군다나 의료계가 결정할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만일 증원 규모에 이견이 있어서 논의가 이뤄진다면 숫자에 대한 근거와 계산 방식이 함께 제시돼야 다시 논의하더라도 합리적인 논의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의료개혁을 둘러싼 의사 및 전공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으로 초래된 한국 의료의 붕괴는 이미 시작됐다”며 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 해소, 간호법 제정 논의 중단 등을 윤석열 대통령과 국회에 촉구하는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