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만리포니아 옆 천리포수목원에 우뚝

더위 한풀 꺾이고 모기 입 비뚤어진다는 처서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더위가 한풀 꺾이고, 모기의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8.22)를 맞아 가을 정취를 풍기는 팜파스그라스가 태안 천리포수목원에 만개했다.

처서 기다린 가을 전령 팜파스글라스 병정들[함영훈의 멋·맛·쉼]
천리포수목원 팜파스글라스

천리포수목원의 어린이정원, 억새원 등 수목원 곳곳에 팜파스그라스 병정들이 도열했다. 벼과의 여러해살이 초본식물로, 선선한 초가을 날씨에 만발하는 깃털 모양의 풍성한 이삭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천리포수목원측은 45년 전인 1979년 팜파스그라스 ‘써닝데일 실버’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처서 기다린 가을 전령 팜파스글라스 병정들[함영훈의 멋·맛·쉼]
천리포수목원 팜파스글라스

한국의 캘리포니아, 태안 ‘만리포니아’ 옆 천리포수목원은 존경받는 대한 외국인 민병갈 선생(閔丙渴, 미국명: 칼 페리스 밀러:Carl Ferris Miller, 1921~ 2002)이 50년 전 부터 습지 반, 모래 반인 이 땅 57.93ha(17만5000평)에 씨를 뿌리고, 타지역 희귀종까지 가져와 잘 자랄 때까지 정성을 기울여 ‘태안형 식생’을 완성한 곳이다.

흰뺨검둥오리의 주요 서식지인 큰 연못과 습지원, 초당 형태의 황토 숙소의 운치가 멋드러지고, 완도호랑가시나무와 울릉도 후박나무 등 이곳으로 시집왔다가 정착한 ‘태안형 수목’들을 만난다. 노루오줌, 헐떡이풀, 복수초, 완도 호랑가시나무, 울릉도 후박나무 등 희귀종들의 새로운 고향이 됐다.

처서 기다린 가을 전령 팜파스글라스 병정들[함영훈의 멋·맛·쉼]
천리포수목원 앞 물닭섬

곰솔(黑松) 사이 언듯 보이는 바다와 석양이 멋진 밀러 가든(Miller Garden), 툰드라 식생의 그늘정원, 터가 모래라서 한없이 지상으로 뻗은 뿌리며 살아보려고 지탱하는 넝쿨 등 제주곶자왈 모양새의 숲도 태안 천리포 수목원에 있다. 세계적인 생물다양성 핫 스팟 구경이 끝나면, 근해의 태안 물닭섬이 무더위를 이겨내고 다시 나들이를 나온 손님들의 시선이 부끄러운 듯 바닷물만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