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식품 시장 성장세에도 제품 표기 애매

식약처, 동물·식물성 식품 엄연히 구분해야

해외서도 논란…당국, 법적 근거 마련 검토

우유 같은데 우유 아니다? ‘알쏭달쏭’ 대체식품 표기 논란 [세모금]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연합]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원유를 사용하지 않은 식품은 ‘우유’가 아닙니다. 식물성 원료를 활용해 우유와 비슷하게 만들어도 ‘음료’라고 표기해야 합니다.”

대체식품 시장이 커지면서 제품 표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식물성 원료, 세포 배양 등으로 만든 대체식품과 동물성 식품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식품 당국도 시장 변화에 맞게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체식품 포장, 광고 등에 원료를 명확히 표기하는 법적 근거 마련을 검토 중이다. 식약처는 현재 대체식품을 동물성 원료 대신 식물성 원료, 미생물, 식용곤충, 세포배양물 등을 주원료로 사용해 기존 식품과 유사한 형태, 맛, 조직감 등을 가지도록 제조했다는 것을 표시해 판매하는 식품으로 정의한다.

대체식품 시장은 성장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세계 대체식품 시장 규모가 2019년 103.5억달러에서 2025년 178.3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CJ제일제당, 동원F&B, 신세계푸드 등 대기업들도 대체식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식약처는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대체식품을 구분짓겠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 고시화 등을 거쳐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대체식품 개발이 급증하면서 시장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며 “대체식품과 동물성 식품을 구분하면서도 제품 특징을 명확히 표현할 수 있도록 표기 조건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체식품 제품 포장지 표기 기준이 담긴 ‘대체식품 표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체식품이란 표현을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겉면에 큰 글씨로 표기해야 한다. 대체식품 포장지에 1차 축산물과 혼동할 수 있는 소고기, 돼지고기, 우유, 계란 등 명칭은 사용할 수 없다.

우유 같은데 우유 아니다? ‘알쏭달쏭’ 대체식품 표기 논란 [세모금]
[신세계푸드 제공]

예컨대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우유와 같은 맛과 형태를 낸 제품은 ‘대체식품’으로 표기하거나 식물성 ‘음료’라고 표기해야 한다. 관련법에 따르면 ‘우유류’는 원유를 살균 또는 멸균 처리한 것으로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제품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의미다.

콩 단백질을 활용하거나 세포 배양을 통해 만든 대체육도 원재료 명칭을 표시해야 한다. ‘식물성 불고기’, ‘식물성 함박스테이크’, ‘콩으로 만든 미트볼’, ‘베지볼’, ‘플랜트볼’ 등이 그 예다.

현재 식약처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성이 없다. 대체식품 제조업체와 유업계, 축산업계의 갈등을 야기하고, 소비자에게도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식약처가 법적 근거 마련을 고심하는 이유다.

식약처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의 법적 강제성은 없으나 효율적 행정 업무와 산업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따르도록 협조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없지만 타 업계와의 갈등을 예방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제품 명칭을 면밀히 검토해서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말했다.

대체식품 명칭은 해외에서도 논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제품이 아닌 식물성 우유에도 ‘우유’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는지에 대해 미 농업계와 낙농업계는 갈등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비건 스테이크 같은 용어가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며 2022년 6월 1차로 육류 관련 용어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으나 올해 4월 법원이 효력을 정지했다.

우유 같은데 우유 아니다? ‘알쏭달쏭’ 대체식품 표기 논란 [세모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