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배달 노동자들이 일반 노동자들에 비해 불안 수준이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직업적 특성인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 교대근무 간 짧은 휴식시간, 빠른 업무속도, 직무스트레스, 노조 없음, 일과 가정의 균형 부족, 감정을 숨겨야 하는 상황, 화난 고객 응대, 감정적인 혼란을 경험하는 상황 등이 배달 노동자의 불안과 연관성이 높았다.
이준희 순천향대서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와 박성진 한국의학연구소 광화문센터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공동연구팀은 532명의 배달 노동자를 일반 노동자 그룹과 성별 및 연령별로 매칭한 육체 노동자 그룹과 비교하여, 배달 노동자들의 불안 수준과 관련한 업무 스트레스 요인을 조사했다.
2020년 실시한 제6차 근로환경조사(KWCS) 자료를 활용, 지난 12개월간 경험한 불안 및 업무 관련성 불안을 분석했다. 근무환경 요인에는 장시간 교대근무, 불충분한 휴식, 빠른 업무속도, 스트레스, 제한된 휴식시간의 자유, 법적 보호 부족, 일과 삶의 균형, 근무 중 심리적 긴장과 감정 노동 등이 포함됐다. 배달 노동자들은 일반 노동자에 비해 유의한 불안(오즈비[OR]=1.67, 95% 신뢰구간[CI)=1.23-2.28)과 업무 관련성 불안(OR=2.17, 95% CI=1.48-3.18)의 위험도 증가를 보였다.
또한, 성별과 나이를 매칭해 일반적인 육체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도 불안(OR=1.47)과 업무 관련 불안(OR=1.80) 위험이 높았다. 직무 요인은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OR=6.56), 교대근무 간 짧은 휴식 시간(OR=5.03), 빠른 업무 속도(OR=5.10), 직무 스트레스(OR=2.46), 노조 없음(OR=1.68), 일과 가정의 균형 부족(OR=3.04), 감정을 숨겨야 하는 상황(OR=2.00), 화난 고객 응대(OR=3.28), 감정적인 혼란을 경험하는 상황(OR=2.91) 등이 배달원들의 불안과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이준희 교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빠른 업무속도, 휴식 부족, 감정 노동 등의 근무환경이 높은 불안 수준과 관련이 있는 것을 확인한 연구”라며 “배달 노동자를 비롯한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보호 강화와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는 ‘배달 노동자의 높은 불안 수준 및 관련된 직무 요인 : 제6차 근로환경조사’란 제목으로 2024년 7월 International Archives of Environmental and Occupational Health 에 게재됐다.
*[참고] 오즈비 -두 오즈(Odds)의 비율로, 승산비 또는 교차비라고도 한다.
오즈(Odds, 승산)는 어떤 집단 내에서 특정한 사건이 발생할 확률(P)을 그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확률(1-P)로 나눈 값으로 P/(1-P)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던졌을 때 숫자 1이 나올 확률은 1/6이고, 1이 나오지 않을 확률은 5/6이다. 이 때 숫자 1이 나올 오즈는 (1/6)/(5/6)로 계산되어 1/5, 즉, 0.2가 된다. 확률은 0~1 사이의 값으로 나타나지만, 오즈는 0에서 무한대의 값을 가질 수 있다. 오즈비(Odds ratio, OR)는 두 오즈의 비율을 말한다. '승산비' 또는 '교차비'라고도 하며, 특히 의학 분야에서는 특정 노출과 그로 인한 결과 간의 연관성을 측정하는데 사용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오즈비 [Odds ratio]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