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총리·가자지구 지도자·하마스 정치국장 역임
중동 휴전 협상 참여…해외 호화 생활 비판도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수십 년간 ‘하마스 1인자’로 꼽힌 인물이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 참여했던 그는 협상에 비우호적인 입장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고, 해외에서 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에 따르면 1962년생으로 올해 62세인 하니예는 가자시티 인근 난민 캠프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 1차 인티파타(민중 봉기) 당시 하마스에 합류했다 이스라엘 군대에 체포돼 1990년대까지 여러 차례 감옥에 갔다.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의 대승을 이끌고 총리에 올랐지만 이후 선거 결과를 둘러싼 하마스와 파타(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주도) 간 갈등 속에 해임됐다. 이후 2007년 하마스가 일방적으로 가자지구 통치를 시작하면서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자를 맡았다.
하니예는 2017년 2월 가자지구 지도자 자리를 야히야 신와르에게 넘기고 같은 해 5월 하마스 정치국장으로 선출된 뒤 카타르에서 생활해 왔다. 카타르로 망명해서도 하마스의 정치 활동을 지휘했다. 가자전쟁 발발 후에는 이집트, 카타르, 미국이 중재한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에 참여해 왔다.
지난 4월에는 아들 3명과 손주 4명이 이스라엘군 폭격에 의해 사망했다. 당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알샤티 난민촌을 공습하는 과정에서 하니예의 아들인 하젬과 아미르, 무함마드가 폭사했다. 아들들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하니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내가 국외 망명 생활을 하며 하마스 정치국을 이끄는 동안 아들들은 가자지구에 남아 있었다”면서 “그들은 순교자”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복수심과 살의에 불타는 범죄자인 적(이스라엘)은 모든 규범을 무시했다”며 “우리 아들들을 표적으로 삼는다고 해서 하마스가 태도를 바꾸리라고 생각한다면 망상”이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하마스 지도자로 지냈지만 그는 가자지구 주민을 뒤로한 채 해외에서 호화 생활을 누려 질타를 받기도 했다. NYT는 그가 “이스라엘군의 계속된 폭격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도주의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하니예는 카타르와 튀르키예를 오가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하니예는 자식의 죽음으로 자신의 고통을 가자지구 주민의 고통, 나아가 팔레스타인 전체의 고통에 비유할 수 있게 됐다”고 짚었다.
지난 5월에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하니예 등 3명의 하마스 지도부에 대해 체포 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이들에게 지난해 10월 기습공격으로 민간인 수백 명을 숨지게 하고 245명의 인질을 붙잡아 둔 혐의를 적용했다. 여기에 인질들이 비인도적 환경에 갇혀 있으면서 강간 등의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증거도 제출했다.
하니예의 사망으로 휴전 협정 중이던 중동 정세는 더욱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니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문한 테헤란 숙소에서 급습을 받고 사망했다. NYT는 그의 죽음에 대해 “중동 지역이 추가 갈등에 빠질 위험이 있는 심각한 타격”이라고 평했다. CNN은 “그의 암살은 휴전 협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