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경북 경주로 피서를 간 직장인 신모(29) 씨. 바다에 들어가려는 순간, 깜짝 놀랐다. 해변 곳곳에서 파도에 쓸려 온 해파리를 발견한 탓이다.
해수욕장뿐 아니라 감포항 주변에서도 투명한 해수면 가까이서 둥둥 떠다니는 주황색 해파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씨는 “동해안을 따라 주문진 방향으로 여행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강원도에도 이미 해파리가 많다고 들어 해수욕하기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 해파리의 정체는 노무라입깃해파리. 성체의 크기는 1m 이상인 데다 맹독성이 있어 여름철 피서객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대개 5월 달부터 우리 바다에 등장하는데, 최근 더 자주 목격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해파리 모니터링 주간보고(12~18일)에 따르면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서해, 남해, 동해, 제주 등 모든 바다에서 출현하고 있다. 출현율도 지난 4일 12.9%에서 11일 27.8%, 18일 36.3%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출현율은 어업인모니터링요원들 중 해파리를 관찰한 인원으로 계산한다.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출현율과 증가세 모두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두드러지게 늘어났다. 지난해 어업인모니터링요원들이 기록한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출현율은 7월 6일 6.2%, 13일 8.7%, 20일 11.2%였다.
특히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예년보다 전 해역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5일 제주해역에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 단계 특보를 발령하고, 12일 경북·경남·부산·울산, 23일 강원·전남 해역으로 확대했다.
해파리 위기특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나뉜다. 노무라입깃해파리가 1개 시·군·구 이상에서 해역에서 100㎡당 1마리 이상 발견되고, 발견률이 20%를 넘어 어업 피해가 우려될 때 주의 단계 특보가 발령된다.
지난 11~18일 사이 전국에서 노무라입깃해파리가 83건 신고됐다. 부산이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제주(18건), 경북(16건), 울산(10건) 순이다. 강원도에서도 노무라입깃해파리 신고가 7건이지만, 해수욕장이 밀집한 강릉과 양양, 속초, 고성 일대도 노무라입깃해파리 밀집 해역이다.
유독 올해 우리 바다에 해파리가 많이 나타나는 건 해류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해파리는 스스로 헤엄칠 수 없어 해류를 따라 떠다닌다. 올해는 대마 난류 세력의 확장하면서 따뜻한 해역에 살던 다양한 종류의 해파리들이 우리 바다로 유입됐다.
여기에 우리 바다의 수온도 높은 탓에 해파리가 금방 성장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주간 보고를 통해 “수온이 평년 대비 1~2도 높아 빠르게 성체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해파리 개체 수 자체가 늘어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연안에 인공 구조물이 늘어나면서 해파리의 먹이가 많아지거나 해파리의 천적이 남획 등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의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경우 주로 중국 연안에서 발생한다. 김경연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사는 “정확한 환경 조사를 할 수 없지만 중국 연안 개발 등의 개발이 늘어나면서 부영영화, 즉 해파리의 먹이가 많아진 영향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