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이하여신비율 1% 넘게 ↑
고금리·고물가 직격탄 받은 제주경제
시중은행 전환 후보였지만…‘효과 글쎄’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제주은행의 경영지표가 악화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의 타격을 입은 지역 경제가 금융기관까지 전이되며 건전성과 수익성이 모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의 상징성을 띄는 제주은행이지만, 경영상황이 안좋아지는 만큼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양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주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5%로 5대 시중은행, 6개 지방은행(대구은행 포함) 중 유일하게 1%를 넘어섰다. 제주은행의 해당 비율은 지난해 9월 전 분기(0.76%) 대비 급격히 올라 0.98%를 기록하더니, 해를 넘기며 1%대에 앉은 것이다.
이는 지방은행 중에서도 유독 높은 수치다. 전북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말 1%를 기록하긴 했지만, 다시 0.95%로 내려앉으며 안정화됐다. 같은 시기 부산은행 0.44%, 경남은행 0.46%, 대구은행은 0.72%, 그리고 광주은행은 0.54%를 기록 중이다.
건전성이 악화하다보니 충당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수익성이 낮아지는 요인이다. 제주은행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익(연결기준)은 51억원으로 전년(228억원) 대비 4분의 1토막 수준이었다. 2년 전(184억원) 대비해서도 72% 감소한 수치다. 신용손실로 인한 충당금전입이 2022년 234억원에서 2023년 498억원으로 급증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실제 제주은행의 여신은 가계대출이 30%를 차지하고, 나머지 중에서는 대부분 코로나19 팬데믹 및 고금리의 직격탄을 입은 자영업 위주로 제공되고 있다. 업종별 대출금을 살펴보면 도매 및 소매업이 16.32%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숙박 및 음식점업이 12.97%를 차지했다. 이외 부동산업 및 임대업이 11.56%, 제조업 4.72% 순이었다.
신한금융지주 입장에선 경영지표가 악화하는 제주은행을 바라보는 속내가 복잡하다. 외환위기의 파고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2002년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된 제주은행은 당시 ‘지역의 상징성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신한은행에 합병되지 않고 지주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에 제주은행은 지난 3월 말 기준 제주도에 여전히 31개 영업점을 유지하며 운영되고 있다.
혁신안 중 하나로 시중은행 승격 등의 아이디어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다. 제주은행은 지난해 지방은행 중 시중은행으로 전환될 후보로 대구은행과 함께 언급된 곳이다. 현행 은행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시중은행이 되려면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지분 보유 한도가 4% 이하여야 하는데, 이 이슈에서 벗어난 은행이 대구은행과 제주은행뿐이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제주도에는 기업 자체가 얼마 없어 대규모 영업도 불가하고,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지면 경영지표가 악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다만 시중은행으로 전환된다 해도 큰 효용이나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