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합병 동행 여부 '관심'

에코비트 매각 추진 중, 투자금 회수 가능성↑

FI 특수성, SI 협력 가능성 '무게'

구조조정 중심 선 KKR, 태영 이어 SK까지 익스포저 '4.5조' [투자360]
추형욱(왼쪽) SK E&S 사장과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어깨가 무겁다. 연초부터 주요 기업 구조조정 매물에서 핵심 재무적투자자(FI)로 소환되고 있다. 태영그룹 구조조정에 힘을 실어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 SK그룹도 ‘SOS’를 보냈다. KKR이 두 기업에 노출된 투자금(익스포저)이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회수 성과에 시장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KR의 태영그룹 익스포저는 약 1조4000억원, SK그룹은 3조1350억원이다. 구체적으로 태영그룹의 포트폴리오는 종합 환경회사 에코비트, SK그룹은 에너지 기업 SK E&S다. 두 기업은 KKR을 FI로 두는 동시에 그룹 내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다.

에코비트의 경우 현재 예비입찰 이후 적격인수후보에 포함된 원매자들 대상으로 매각이 진행되고 있어 KKR은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한발 다가섰다. 국내외 PE 4곳이 인수전에 참여해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매도자 측에 유리한 거래 환경이 조성돼 있다.

KKR은 태영그룹과 동등 비율로 에코비트를 소유 중이다. 에코비트는 태영그룹의 유동성 위기에서 파생된 거래다. KKR은 계약상 태영과 결별하고 에코비트를 완전 소유할 수도 있었으나 시장 예상을 깨고 태영과 손잡는 의사결정을 내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략적투자자(SI)가 재무적 문제가 생겼지만 KKR은 SI와 분쟁 없이 엑시트(투자금 회수) 창구를 만든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 받았다.

에코비트의 매각이 종결되지 않은 시점에 KKR은 또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번엔 SK E&S다. SK E&S는 전력, 열, 가스, 태양광 등 모든 에너지를 다루는 SK그룹 내 핵심 계열사다. 연 매출 11조원대, 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1조8000억원대에 달해 외형과 수익성도 탄탄하다. SK그룹이 배터리 사업 투자를 위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공식화하면서 KKR 의중이 중요해졌다.

KKR은 SK E&S의 안정성과 성장성에 일찌감치 주목해 2021년과 2022년 사이 총 3조135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졌으며 SK E&S의 프리 밸류를 13조6421억원에 책정했다.

그러나 SK 측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위해 KKR 투자를 '없던 일'로 가정했다. 그 결과 SK E&S의 평가가치는 6조2154억원으로 책정됐다. KKR이 FI로 합류한 이후 SK E&S의 포스트 밸류 16조7771억원 대비 37%에 그친다.

실제로 합병 공시에도 "유상감자, 상환, 기타 여러 방안을 통해 RCPS를 소멸할 것"이라며 "소멸되지 않을 경우 합병을 위한 선행조건 불충족으로 인해 합병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SK 측이 18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는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과 서건기 SK E&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KKR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합병에 변수는 없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합병 전제 조건과 SK의 공식 입장을 종합하면 결국 KKR이 SK와 동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FI와 사전 교감 없이 합병을 진행했을 개연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이제 SK 입장에서는 기존 SK E&S의 RCPS를 '합병 후 SK이노베이션'의 신규 RCPS로 차환 발행하는 게 현금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지다. 어떤 방식이든 KKR이 SK의 제안을 수용할지가 관전포인트다.

시장 관계자는 "FI의 결정권이 주주 간 계약 등의 구조상 SI보다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SI의 의견에 따를 가능성이 있다"라며 "FI 입장에서는 결국 투자기업이 잘돼야 성과를 거두는 만큼 SI를 믿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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