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된 지 한참 후, 부모 만났을 때 심정”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중국 사천성 외갓집으로 간 한국산 첫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석달만에, 그토록 사랑했던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를 보고도, 적극적으로 반가움을 표시하지 않은 것은 ‘삐진 마음’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예상 밖 시큰둥한 상봉에 ‘못알아본거야?’라는 논란이 있었는데, 할부지를 알아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별의 서운함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꽤 오랜만에 불쑥 나타난 할부지를 대놓고 반길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치 아이가 길 잃은 미아(迷兒)가 되어, 남의 집에 맡겨진 상태에서 부모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고, 잊을 만 할 때 나타난 부모에게 복잡한 감정이 느껴져, 반가움 만이 전부는 아닌, 그런 심리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강 사육사가 최근 영상을 통해 공개한 ‘드라마 없던 상봉’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푸바오는 지난 5일 할부지의 부름에 반응했다가 다시 외면하고, 떠날 때가 되니 할부지가 서 있던 관람석 바로 아래를 서성거리다, 결국 할부지가 떠나는 방향의 자기 마당 맨 끝지점에서 한동안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할부지 귀국 직후인 이튿날엔 ‘그 분이 다시 왔나’하는 마음으로, 계속 두리번 거리다가, 머리를 땅에 댄 채, 한참 동안 일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투약설, 상봉통제설, 푸바오의 격한 환대 등 모두 거짓으로 판명= 먼저 숱한 낭설과 억측, 짜깁기 영상으로 푸바오팬들을 현혹시킨 것 부터 바로 잡는다.
판다기지에서 강 사육사의 말수와 푸바오 부르는 것을 최소화하도록 통제했다는 얘기는 완전한 낭설로 확인됐다. 강사육사는 지난 4일과 5일 이틀동안, 영상에 비춰진 것만해도 무려 40~50차례 푸바오를 부르거나 한국말을 걸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판다기지 측이 할부지와의 감동적 재회가 향후 푸바오의 중국 적응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 사전에 모종의 조치를 취할 시간을 벌기 위해 강사육사를 늦게 오도록 했다’는 것도 완전히 거짓 소문이었다.
알고보니 일반 관람객이 모두 떠난후 만나도록 배려했다. 4일 아침 부터 일반관람인 처럼 상봉을 준비했던 강 사육사는 하루종일 다른 일을 하다가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만났다.
정규 관람시간엔 일반관람객들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동물의 오줌을 뿌려 할부지 냄새를 못 맡게 했다’, ‘약에라도 취한 듯 멍하니 누워서 보기만 했다’ 등등 모두 헛소문이었다. 만약 그랬으면 그날 낮에 일반관람객의 관람도 정상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할부지가 푸바오를 부르자 막 달려나왔고, 관람석 바로 아래 도랑 앞에서 일어서서 할부지를 보았다’는 주장과 이를 뒷받침한다면서 공개된 일반인 영상은 모두 ‘편집’된, 사실과 다른 영상임이 드러났다. 아울러 자이언트 판다가 근시가 있긴 했지만, 강 사육사가 보는 위치에서 누구인지 식별은 가능했다는게 중론이다.
▶“삐졌을지도 몰라” 과연...잠 설치 강바오= 강사육사는 첫날인 7월 4일 오후 숙소에서 판다기지로 이동하면서, “푸바오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찾고 있을까, 찾고 있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푸바오도, 판다들도 머리가 좋으니까. ‘할부지가 나를 두고 갔어..흥칫뿡. 할부지 미워’이러면서 삐졌을 수도 있겠다. 나를 만난 뒤 힘들어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영상 PD에게 말했다.
푸바오가 있는 곳, 관람대에 도착한 강 사육사는 “헤헷 푸바옹”, “푸바옹”, “할부지 왔는데~” 등 그간 부르고 싶었던 이름을 여러차례 불러봤지만, 식곤증 때문에 졸고 있던 푸바오는 잠시 눈을 떠볼 뿐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푸바옹 일어나봐요, 아잉 잠 깼네, 이리와. 푸바오 할부지야”라고 말했지만, 푸바오는 계속 누워있기만했다.
그러는 사이 빗줄기가 굵어져, 푸바오는 속 빈 고목 조형물 아래로 비를 피할 뿐, 할부지 쪽으로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결국 강 사육사는 “푸바오 삐친 거야?”라고 말한 뒤, 더 이상의 첫날 상봉은 포기한다. 영상 PD가 “푸바오가 안 오는 걸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될까요?”라고 묻자, 강철원 사육사는 “많이 졸린 걸로 보인다. 보통 저녁 무렵 식사를 하면 졸음이 오는데, 그래서 그런 것 같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음날인 지난 5일 강철원 사육사는 지난 밤 잠을 설쳤다며, 눈이 좀 부은 모습으로 판다기지로 가는 차에 올랐다.
강 사육사는 “(어제 갔을 때) 많이 먹고 배부른 시간이 아니었을까. (한국에서도) 항상 밖에서 내실로 들어오면, 충분히 먹은 상태에서 깊이 잠을 자는 시간이기 때문에 아마 그럴수도 있었겠다 라는 생각을 해보고, 아니면 정말 할부지한테 삐쳤나? ‘왜 이렇게 늦게왔어’ 이런 느낌으로...”라고 말하면서 긴장된 표정으로 판다기지에 들어섰다.
▶재이별 직전에야 반응= 일반인 관람시간이 아닌, 이른 아침을 상봉시간으로 정한한 것은 ‘독대’하도록 한 판다기지의 배려였다. 도착했을 때 아직 푸바오는 출근전이었다.
푸바오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밖을 내다보더니, 서서히 할부지가 오매불망 기다리는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러차례 할부지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푸바오는 조식이 차려진 식탁부터 찾았다.
강 사육사는 자신을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을 억누른 채, “어잉? 또 심지 빼먹는 거 하네. (다른 부위도) 같이 먹어야지”라는 잔소리를 하면서, 조바심을 노출하지 않는다.
강사육사는 자신에게 눈길 주지 않고 먹방에 열중한 푸바오를 보면서 “푸바오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던 기억, 중국 공항 착륙 순간 아주 의연하게 앉아서 밝게 대나무를 먹던 모습이 떠오른다”는 말로 애타는 심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아침 요기를 한 푸바오는 식탁에서 내려왔지만 야속하게도 외나무다리 놀이터로 향한다. 그런데, “옳지 아이 착해라”라고 말하자, 푸바오가 돌연 방향을 튼다.
그리고는 풀밭 마당으로 내려오자 “푸바옹”이라는 할부지의 ‘필살기 콜링’이 이어지고, 재차 “안녕 푸바옹”이라고 하자 할부지 쪽으로 걸어왔다.
좀더 다정한 톤으로 “푸바오”를 부르자, 푸바오는 고개를 들어 할부지와 아이컨택을 했고, 할부지 앞에 다가와 그 지점을 한동안 왔다갔다 했다.
“푸바옹, 할아버지 갈 시간 돼간다. 응? 할부지 볼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라고 말하자, 푸바오는 고개를 들어 할부지와 아이컨택을 했고, “아이 이뻐”라는 할부지의 칭찬이 이어진다.
다시 할부지와 거리를 두는 듯 하던 푸바오는 강바오가 “돌아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와봐. 할부지 갈거야. 이제”라고 말하자, 과연 몸을 돌려 관람석 가장 가까운 곳으로 다시 다가왔다.
▶할부지 떠난 방향 마당 끝지점에 멈춘 푸바오, 그리고 떠난 다음날 행동= “할부지 금방, 다음에 또 올거니까, 많이 먹고 잘 놀아야 돼 알겠지?”라는 할부지 말에, 다시 위를 쳐다보는 푸바오.
“할부지가 차마 가질 못하겠네..응? 잘 지내고 있어, 푸바오 안녕~” 푸바오는 관람석 중 할아버지가 떠나는 방향 맨 끝에서 한동안 멈춰있었다.
할부지는 다시 떠났다. 강 사육사가 떠난 다음날인 6일, 푸바오는 이미 보도된 대로(헤럴드경제 7월7일자, ‘푸바오, 할부지 귀국후 특이 행동..‘드라마’ 없었던 이유는’), 먹는 시간 보다는 관람석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엉덩이를 높이든 채 머리를 풀밭에 파묻고 한참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할부지한테 섭섭했어도, 그냥, 확, 반길 걸... 이번엔 할부지가 삐졌나? 그래서 또 가버린 거야?”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푸바오의 IQ는 자이언트판다(70~80) 중 높은 수준 80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강 사육사의 손녀 상봉기는 에버랜드 동물원 영상 ‘전지적 할부지 시점’에 나와있다. 잦은 상봉이 적응하는데 도움이 된다, 안된다, 말들이 많은데, 어차피 푸바오가 야생으로 갈 상황이 아니라면, 강 사육사가 자주 가서 한국인들의 사랑이 여전하다는 점을 알려주는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