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기한 대신 ‘제조일자’ 표시…유통·보관 중 문제 생기기도
“제조 2년 이상 제품·성에 낀 제품·포장 뜯긴 제품은 피해야”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올해부터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이스크림에는 소비기한이 없다. 실제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살펴보면 먹는 식품인데도 소비기한이 따로 적혀 있지 않다. 왜일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한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은 살균처리 공정을 거친 후 냉동 상태로 보관·유통되는데, 이 조건에선 세균 증식이 어려워 현재 제조일자만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하 18도 이하 냉동 상태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제품의 변질이나 오염이 적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유통·보관’ 중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잘못된 유통·보관으로 세균이 번식하거나 장기간 보관 시엔 지방 산패 등의 품질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아이스크림은 유통 과정에서 영하 18도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될 수 있다.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은 냉동실에서 지나치게 오래 보관될 수도 있다. 특히 냉동실을 열고 닫는 과정에서 녹았다 어는 상황이 반복되면 세균 번식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빙과업계에서는 제품 제조일로부터 1년 안에 판매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식중독균도 주의해야 한다. 의학계에 따르면 리스테리아균은 다른 식중독균과 달리 영하 20도 이하에서도 생존한다. 또 아이스크림에 들어간 우유가 제대로 살균되지 않았다면 리스테리아균이 증식할 수도 있다. 감염 때는 발열이나 설사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할 경우 뇌염, 유산까지 발생할 수 있다.
안전하면서 품질 문제가 없는 제품을 고르려면 우선 성에가 낀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제조일자에서 2년 이상 지난 제품, 포장이 뜯겨 있거나 바람이 빠진 상태, 성에가 껴 있고 모양이 변형된 제품을 주의해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포장이 변형되거나 훼손된 아이스크림은 구매를 피하고, 개봉한 아이스크림은 되도록 이른 시일 내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비기한이 없는 아이스크림을 사는 과정에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우후죽순 생긴 아이스크림 할인점 등 과열된 할인 경쟁도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품질 유지기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품질 유지기한은 식품 고유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최종일을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품질 유지기한 제도 도입뿐만 아니라 빙과류는 특히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유통 과정의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