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보다 업황 어려운 생보사 택해
보장성 비중 2배↑ 체질개선 성공
K-ICS 40%p 성장 재무건전성 양호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시장의 예상을 꺾고 손해보험사가 아닌 생명보험사를 택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명보험 업황이 어려운 상황이라 손보사 인수가 예상됐지만, 생명보험업계 중위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추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임종룡 회장이 무리한 베팅은 없다고 선을 그은 만큼 관건은 동양생명의 매각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전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그룹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롯데손해보험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경영진은 전날 오전 진행된 롯데손보 본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롯데손보의 가격을 놓고 롯데손보의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와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매각 가격을 2조원대에서 최대 3조원까지 희망하고 있는 반면, 우리금융은 1조원대의 몸값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우리금융은 공시를 통해 “이와 별도로 진행 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추진과 관련한 내용은 향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26일부터 동양생명 데이터룸을 통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관건은 동양생명의 가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생명에 ABL생명을 얹는 방식이 될 전망”이라며 “두 생보사를 합쳐 2조5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우리금융이 지난 1분기 실적 때 밝힌 자금 여력은 1조8000억원이다. 최근 발생한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감안하면 2조원 안팎의 매입가면 안정적인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생보업계에서 동양생명은 우량 매물로 통한다. 동양생명은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된 지난해 2957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대비 204.8% 급증한 수치이자 창사 이래 최대 기록이다.
보험사 영업의 지표인 신계약 APE(연납화 보험료)를 살펴보면 보장성 보험만 따지면 APE가 3512억원에서 6301억원으로 79.4%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체 APE에서 보장성 포트폴리오의 비중도 41.4%에서 84.6%로 치솟았다.
동양생명의 미래 수익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잔액은 ▷2022년 2조4000억원 ▷2023년 2조5000억원 ▷올해 3월 말 약 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수익 상품군으로 분류되는 보장성 보험 비중이 지난해 45%를 기록하면서 CSM 순증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포트폴리오 전환 전략을 바탕으로 한 보험 영업 성과와 자산운용 성과가 맞물리면서 재무 건전성 역시 개선세를 보였다. 동양생명의 K-ICS 비율(신지급여력비율)은 2022년 말 153.1%에서 지난해 말 192.9%로 39.8%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은 상장기업이라 기업 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고, 동양생명의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인 동양생명금융서비스(동금서)의 성장으로 영업조직도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