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역풍’ 올해 1분기 말 연체율 5.1% 달해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 7.21%…비중 클수록 ‘취약’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서민금융기관으로 분류되는 상호금융업권에서 9분기 연속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만 해도 가계대출은 9조원 가까이 급감했지만, 기업대출은 4조원 증가해 사실상 기업대출 창구만 열어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어 부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조합일수록 거시경제충격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호금융업권(농협·수협·산림조합·신협·새마을금고)가계대출은 8조9000억원 감소한 반면 기업대출은 4조2000억원 증가했다.
상호금융업권 가계대출 증감 규모를 살펴보면 가계대출은 2021년 4분기 5조8000억원 증가했지만 2022년 1분기 3조3000억원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1분기까지 9분기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감소폭은 지난해 1분기 10조6000억원으로 가장 컸고, 2분기(-7조6000억원), 3분기(-6조8000억원), 4분기(-6조7000억원)까지 감소폭을 줄여왔지만 올해 1분기 들어 다시 커졌다.
반면 기업대출은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했다. 2021년 4분기 상호금융업권 기업대출은 18조6000억원 증가한 뒤 2022년 2분기 24조2000억원 늘어 증가폭이 대폭 확대됐다. 그 뒤로는 고금리 장기화 여파에 기업대출 증가폭 감소세가 이어졌고, 올해 1분기 4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으로 담보가 좋은 가계대출이 몰리면서 수익성 강화를 위해 부동산, 건설, 자영업을 비롯한 기업대출을 늘리게 된 것”이라며 “가계대출을 늘리고 싶지만 경쟁력이 약해 기업대출이 더 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금리에 부동산 경기 침체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업대출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호금융업권의 올해 1분기 말 총 대출 연체율은 5.1%로, 금리 인상 전인 2020년 말(1.7%)보다 3.4%포인트 상승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 비중(고정이하여신비율) 또한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1.71%에서 2.16%로 커진 데 그친 반면, 기업대출은 2.98%에서 7.21%로 4.23%포인트나 뛰었다.
상호금융업권 기업대출 연체율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건설·부동산업이 7.8%로 가장 높고, 제조업이 6.5%, 도·소매업이 5.4% 수준이다.
또 한은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상호금융업권 복원력을 점검한 결과, 거시경제충격에 취약한 조합 중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조합일수록 자산건전성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분석한 작년 기준 상호금융 내 그룹별 기업대출비중과 고정이하여신비율 간 관계를 살펴보면, 새마을금고 내 취약그룹의 기업대출비중은 58.9%였는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1%에 달했다.
신협 또한 취약그룹의 기업대출비중은 66.2%였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2%로 나타났다. 수협·산림조합도 61.9%가 기업대출이었으며,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1.1% 수준이었다. 반면 각 업권마다 거시경제충격에 비교적 잘 견디는 ‘양호’ 그룹에 속한 조합들의 기업대출 비중은 각각 31%, 42.4%, 43.9% 수준으로 취약그룹보다 낮았다.
이에 한은은 “취약그룹의 경우 기업대출이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그에 따라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기업대출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지닌 조합들을 중심으로 복원력 저하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호금융업권은 저축은행업권 대비 대출채권 매각도 잘 이뤄지지 않은 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저축은행업권 매·상각 비율은 10.2%로 저축은행(33.7%)의 3분의 1에 그쳤다. 매상각 규모 또한 2조원으로 저축은행(4.1조원) 절반 정도였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상호금융업권(신협·상호금융·새마을금고) 총대출잔액은 675조7974억원으로, 저축은행업권(101조3777억원)의 6배가 훌쩍 넘는다. 같은 비중이어도 그 규모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이에 상호금융업권은 건전성 관리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최근 연체율 관련 매일 회의를 벌이며 건전성 관리 강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곧 가시적인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