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약 510조원의 정부예산 중 국방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방위력개선비는 16조6804억원으로 2018년 이후 3년간 평균 11% 급증했다. 안보에 대한 현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적인 수치다.
한 가지 걱정거리가 생긴다. 예산만 늘려놓고 안보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할까 봐서다. 예산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율적인 집행을 고민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물론 방위력 개선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안보 불안감이 조금은 사그라질 수 있다. 방위산업체도 희망을 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연간 16조원이 넘는 방위력 개선 예산을 집행해야 할 컨트롤 타워의 역할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면 반성·평가하고, 비생산적인 갈등을 조정해 나가면서 최상의 예산운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급변하는 남북관계도 중요한 변수다. 미국, 중국 등 핵심 주변국은 물론이고 국내외 안보상황을 점검해 나가면서 미래의 국방력 건설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결정해도 5~10년 후에야 현실화된 전력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답답하다. 정부 조직을 보면 방위력 개선사업에 대한 관제탑 역할이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방위사업청 등 각 기관으로 분산돼 있다. 적절한 역할 분담과 조정통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해하지만, 국방부를 벗어난 부분에 대한 통제는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초 방위산업 전반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위해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실에 방위산업담당관을 신설했다. 과거 수차례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우 고무적인 정책결정이었다.
그러나 보임된 담당관의 경력으로만 볼 때 국방력 건설의 컨트롤 타워에 대한 신뢰에 다소 의문이 든다. 그는 국회 보좌관을 거친 정치인이다. 방위사업 분야의 부품국산화, 수출시장 활성화 등 새로운 돌파구 모색이 절실한 분야이기에 다소 아쉽다.
한국형전투기사업(KF-X)은 컨트롤 타워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사례다. 개발과정에서 국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시점에 공동개발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분담금을 내지 못한다고 한다. 원자재로 대납한다니 개발주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원자재를 팔아서 전투기를 개발할지 인도네시아가 현금을 줄 때까지 기다릴지 우리나라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할지 많은 주장이 오간다.
첨단기술의 해외 기술이전을 꺼리는 외국 업체와 정부는 어떻게 설득할까. 취약한 기반의 국내 방위산업체는 어떻게 그 능력을 키우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도록 유도할까. 정부는 현재 방위산업이 비상사태임을 인식해야 한다.
수많은 고민과 함께 각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혜안을 제시해야 할 곳이 방산 분야 컨트롤 타워다. 정부는 위기에 처한 ‘방위산업호’ 안전한 착륙을 위해서라도 지금이 비상사태임을 인식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 전반에 걸쳐 드리워지고 있는 어두운 전망은 여러 곳에서 비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금은 컨트롤 타워의 정확한 상황판단과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시기다.
김보현 ㈜헤럴드 부사장 예비역 공군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