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식용유 버리기가 애매해서 튀김 요리 안해요”
튀김 요리, 맛이 좋지만 쓰고 남은 식용유가 ‘처치 곤란’이다. 한번에 많은 양의 식용유를 싱크대에 그냥 흘려버리면 수질 오염을 일으키게 된다. 폐식용유 1ℓ를 정화하려면 무려 20만ℓ의 물이 필요하다. 식용유가 많이 남았다면 키친타올이나 종이 등에 적셔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게 낫다.
자칫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폐식용유도 사실 재활용할 수 있다. 튀김 가루를 잘 걸러내고 간단한 가공을 거치면 바이오연료의 원료가 된다. 식용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음식점들은 폐식용유를 전문으로 수거하는 업체에 유상으로 넘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도 소량으로 폐식용유가 나오는 가정을 대상으로 무상 수거를 하고 있다.
이 폐식용유를 보다 간편하게 버릴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적은 양의 폐식용유도 무인회수기에 반납하면 심지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써스테인어스에서 자체 개발한 ‘온리유’를 통해서다.
써스테인어스는 폐식용유 무인회수기 온리유를 서울 관악구 신원동·청룡동 등 10개 주민센터에 설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사용 법은 간단하다. 쓰고 남은 식용유를 페트병에 담아 무인회수기에 넣으면 된다. 요리하지 않았더라도 유통기한이 지난 경우에도 반납 대상이다.
회원가입 후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반납한 식용유 양에 따라 현금으로 환급 가능한 포인트를 정산 받을 수 있다. 폐식용유 가격은 바이오연료 시세에 따라 매월 조정된다. 이달 가격은 ℓ당 700원대다. 100㎖ 단위 소량을 취급하는 특성 상 대용량으로 거래하는 업소용 폐식용유보다 매입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됐다.
폐식용유를 무인회수기에 붓는 과정에서 흘리거나 손에 묻히지 않도록 병째로 반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병째로 버리면 폐식용유 외에 다른 액체와 섞일 우려도 줄어든다. 3ℓ들이 이내의 병이라면 어떤 형태든 넣을 수 있고, 병에 폐식용유를 다 채우지 않아도 된다.
폐식용유도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인식이 적다는 점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는 게 채재훈 써스테인어스 대표의 설명이다. 정유사, 석유화학회사에서 근무한 이들과 기후환경 전문가들이 합심해 지난해 3월 써스테인어스를 창업했다.
이렇게 모인 폐식용유들은 바이오연료의 원료가 된다. 재활용 공장에서 폐식용유에 섞인 튀김 부스러기 거르고 침전 작용으로 수분을 제거한다. 이후 바이오연료 공장에서 가열하면서 메탄올을 섞고 글리세린을 빼는 공정을 거친다. 폐식용유 재활용 공정이 다른 쓰레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단하다는 설명이다.
써스테인어스는 폐식용유를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재활용을 위한 재활용’을 지양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전원을 항상 공급해야 하는 무인회수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으로 충전하는 배터리를 사용했다.
채재훈 대표는 "환경오염을 줄여야 써스테인어스 사업도 진정한 의미가 있다”며 “폐식용유가 바이오연료로 재활용된다는 인식 자체를 높이는 방향으로 무인회수기 보급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