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상속세 등 7월 후 윤곽
“세수 영향 등 종합적 파악 필요”
전공의 복귀율 7% 안팎 그쳐
북-러 밀착으로 외교전도 치열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국빈 방문을 마무리하자마자 다시 국내 현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우선 종합부동산세의 사실상 폐지, 상속세 최고세율 완화 등 ‘감세 카드’로 정국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다만 각종 특검법을 앞세운 야당의 맹공이 예고된데다, 의정갈등도 퇴로가 보이지 않는 등 난제가 만만치 않다.
▶대통령실, 세제개편 7월 이후 결정…“지방재정·세수 영향 등 파악” = 최근 대통령실과 정부는 종부세 및 상속세 개편을 놓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은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세제 개편안을 7월 이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7일 헤럴드경제에 “종부세의 경우 지방정부 재원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며 “상속세 또한 전체 세수에 미치는 영향과 맞닿아있어 두 가지를 분리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점을 7월로 잡은 데 대해 “전체 감세율도 봐야 하고, 세수에서 상속세·종부세 변화로 제외되는 부분이 생기면 내년도 예산에 영향이 없는지 등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세제 개편 카드를 꺼낸 건 중산층을 공략해 정책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집값 상승 등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세제가 서울 아파트 한 채만 가진 사람들에게도 세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이다. 또한 상속세가 원활한 가업승계를 막고 있는 등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봤다.
종부세의 경우 초고가 1주택자와 가액총합이 매우 높은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물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피하고, 야당이 주장하는 종부세 전면 폐지와 결을 달리하려는 계산도 숨어있다.
대통령실은 상속세 최고세율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며 30%내외로 낮추겠다고 시사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최고 60%, 대주주 할증을 제외해도 50%로 외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전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상속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그다음으로 유산취득세·자본이득세 형태로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최고세율에 대해서도 “OECD 평균이 26% 내외로 추산되기 때문에 일단 30% 내외까지 일단 인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권, ‘2특검·4국정조사 맹공…출구없는 의정갈등, 북러 밀착도 부담 = 세제 개편안을 시작으로 각종 현안에 대해 여야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해병대 채상병‧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2특검과 ‘채상병‧양평 고속도로‧유전 개발‧방송 장악’ 등 4개 국정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3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대통령실이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올라온 쟁점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이번에도 강대강 대치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정갈등 지속, 북러관계 밀착 등 부담이 큰 현안도 산적하다. 당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방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4년 만에 과거 북한과 소련의 동맹조약 수준에 근접하는 새 조약을 맺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러시아 측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소통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북러 간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수준의 조약이 맺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의정갈등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부담이다. 이날 서울대병원은 전국 최초로 무기한 휴진에 돌입키로 한 데 이어 의협은 18일 전국 단위로 휴진하고 같은 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각 대학병원장에게 교수들의 집단 진료 거부에 대해 허락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밖에 구상권 청구나 병원에서 집단 진료 거부 상황을 방치할 경우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강수에도 의사단체의 강경 입장이 이어지고 있고, 전공의들의 복귀율도 여전히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공의 복귀율은 약 7%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집단 휴진에 따른 파급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공의 복귀 상황, 휴진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