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1심 “경기도 전폭 지원 기대한 김성태, 대납 이유 있다”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후 검찰 수사 탄력

쌍방울 대북송금 1심 판결에 이재명 추가기소 가능성…동시 4개 재판받나[윤호의 검찰뭐하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2019년 쌍방울 그룹이 경기도지사의 방북비를 대신 북측에 지급했다는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1심 선고에서 사실로 인정되면서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 시기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추가 기소에 나설 경우 그는 서울 서초동과 경기 수원시를 오가며 4개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 및 벌금 2억5000만원, 추징 3억2595만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사건이었다.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건은 경기도가 북한 측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영철 조선아태위 위원장에게 대신 전달해 줬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이 전 부지사를 이 사건과 관련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로 기소한 뒤 당시 경기도의 최고 결정권자였던 이 대표도 같은 혐의로 입건해 수사해왔다. 또 쌍방울이 북한 측에 지급한 돈이 ‘경기도가 향후 추진할 대북사업에 대한 우선적 사업 기회 부여’, ‘대북사업 공동 추진’ 등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 것으로 보고 이 대표에 대해 특가법상 뇌물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검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함께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이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은 다시 수원지검으로 돌아왔다. 지난 8개월간 보완 수사를 거치며 공범인 이화영 전 부지사의 1심 판결을 기다려 온 검찰로서는 이날 재판 결과가 구속영장 기각을 만회할 수사의 전환점이었던 셈이다.

이날 수원지법은 검찰이 주장한 ‘쌍방울의 대납 행위와 그 목적’을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특히 도지사 방북비를 대납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평화부지사로서 경기도 대북 관련 업무를 총괄하며 정무를 보좌하고 있었는데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수행자 명단에서 경기도지사가 누락되면서 방북 추진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후 경기도 대표단의 방북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요청에 따라 (김성태가) 방북비용을 낸 게 아니라면 이미 500만불을 대납한 상태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300만불이란 거액을 북한에 지급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김성태가 스마트팜 비용 대납뿐 아니라 방북비용 대납을 이재명에게 보고했다는 (이화영의) 설명을 수차례 들었다고 진술했고,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추진한 데 있어서 이재명과 이화영의 전폭적 지원을 기대했다고 진술한 점 등 피고인 요청에 따라 방북비를 대납할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번복한 ‘도지사에게 쌍방울의 대납을 보고했다’는 진술에 대해서는 “이 사건과 무관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성태의 행동 동기로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만 언급하고 더 이상의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그동안 이 전 부지사를 비롯해 민주당 등 야권이 이 대표와 연관된 검찰의 대북송금 수사를 두고 ‘조작 수사’라고 비판해왔으나, 이날 재판부의 판단으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이 대표 기소까지 탄력을 받게 됐다는 것이 법조계 판단이다.

검찰은 이날 재판부의 ‘대납 인정’ 판단 근거 등에 더해 그동안 수사로 확보한 당시 경기도의 보고 체계, 도지사 참여 회의 방식 등을 토대로 조만간 이 대표를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 기소 시엔 수원지법에서 별도의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미 서울중앙지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대장동·백현동·성남FC·위례신도시 사건 3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