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내용적 측면에서 문제점”

용산, 선수사·후특검 입장 변화 없어

10번째 거부권, 추가 설명 검토

채상병특검법 재의요구안 의결…尹 재가 전망 [용산실록]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정부가 21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재의요구권을 재가할 전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며 “특검법안은 의결 과정이나 특별검사의 추천 방식 등 내용적인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번 특검법의 문제점도 나열했다. 한 총리는 “특별검사 후보 추천권을 야당에게 독점적으로 부여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삼권분립’에 위배 될 소지가 크다”며 “경찰과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검찰의 추가 수사가 개시되기도 전에 특별검사를 도입해 특별검사 제도의 ‘보충성·예외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대상을 고발한 야당이 수사 기관‧대상·범위를 스스로 정하도록 규정한 대목도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편향적으로 임명된 특별검사가 실시간으로 언론브리핑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수사대상에 비해 과도한 수사 인력이 편성되는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상병특검법 재의요구안 의결…尹 재가 전망 [용산실록]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채상병 특검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간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의결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내에서 특검법 추진에 찬성 목소리를 낸 의원들의 이탈표가 예상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부결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야권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해 7일 정부로 이송됐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여부를 법안이 정부에 이송된 지 15일 안에 정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면 총 열번째가 된다. 가장 최근으로는 지난 1월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아홉번째 거부권을 행사했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에도 ‘선수사·후특검’ 원칙을 밝혀왔다.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여야 합의없이 특검법이 추진된 적이 없는만큼 일방적으로 넘어온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내에서 대통령 거부권 제한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입법권도 견제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입법권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론 부담에 따라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이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할 경우 전운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채상병 특검법은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한 법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소속 의원들의 국외 출장 등 현황을 점검하고 28일 본회의 참석을 독려 중이다.

반면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전까지 장외 집회를 이어가고 새 국회에서 해당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7당은 전일 대통령실 앞에 모여 거부권을 행사하게 될 경우 “국민이 나서서 대통령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 정권 몰락의 시간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