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임직원 사칭 등 리딩방 피해

작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2970억 피해

개인·법인 사칭 행위만으로 처벌 어려워

“안녕하세요. 증권산데요…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주요 증권사를 사칭하는 투자리딩방(투자추천 대화방) 사기가 늘어나면서 증권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예인 등 유명인을 내세우는 기존 사기 수법에서 진화한 법인 사칭이 늘어나면서다. 사기 세력들은 법인 사칭 행위만으로 수사가 어려운 맹점을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삼성증권, 하나증권, 토스증권 등 유명 증권사를 사칭한 리딩방 광고가 인터넷 상에 대거 돌면서 해당 증권사에서 당국 신고와 이용자 공지 등의 조처를 했다.

사기범들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광고 등에서 증권사 이름을 버젓이 내걸거나 사명을 교묘히 바꾼 계정을 내세워, 임직원 행세를 하며 피해자를 리딩방에 초대한다.

증권사는 사명 도용 사례를 파악하면 SNS 등에 연락해 광고글 차단에 나서지만 역부족이다. 국내법 상 개인이나 법인을 사칭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광고가 금융 사기나 업무 방해 등 실제 다른 범죄의 위험을 안고 있음을 세세히 증명해야 해, 삭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업계의 한탄이다.

리딩방 사기는 투자 대중화 바람을 타고 전국 각지로 번지고 있다. 작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 누적 피해액은 약 2970억원에 달한다.

연예인과 금융전문가 등 유명인을 사칭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자, 지난 3월 방송인 송은이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등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매번 누가 돈을 잃어야 수사하는 ‘사후약방문’ 대응으로 리딩방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딩방 광고를 적발해 경고문을 붙이거나 사기 의심 계좌를 동결하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예방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사기방지기본법')이 국회에서 이미 발의됐지만, 21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급해진 증권사는 당장 필요한 자구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토스증권은 사칭 범죄를 방지하고자 외부 보안 업체를 따로 고용해 모니터링 작업을 펼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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