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체 공격으로 인식”
반인도적 행위…ICC 조약 위반
최소 한 달 지나야 결론 날 듯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에게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예상치 못한 네타냐후 체포 영장이 이스라엘 내부 결집을 부른 반면 외교적 고립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인들은 총리의 체포 영장 청구를 이스라엘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했다. 제1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는 이번 결정을 ‘재앙’이라고 표현했고 제2야당 수장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도 “현재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저지른 학살 이후 현대사에서 가장 정의로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체포 영장 청구는 그 자체로 역사적으로 기억될 범죄”라고 지적했다. 두 사람 모두 최근까지 네타냐후 총리와 갈등을 빚은 인물들이다.
로이터는 “적어도 현재로서는 ICC 체포 영장이 이스라엘을 결집시켜 시민들이 네타냐후 방어를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법재판소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소가 영장 청구 등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린 칸 ICC 검사장은 성명에서 2021년 2월 재판소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결정한 점을 짚었다.
비당사국인 이스라엘 국민이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도 관할권을 갖는다고 명시했다. 칸 검사장은 “영장이 발부되면 체포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결정으로 이스라엘을 향한 대외적인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그동안 ICC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지만, 민주주의를 채택하는 국가 지도자에 대한 영장을 발부한 적은 없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기소 가능성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ICC 영장은 이스라엘 관리들을 해외에서 체포할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가자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한 국제적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가디언은 “전쟁과 서방세계 질서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이스라엘 동맹국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네타냐후의 체포 영장 발부되면 동맹국들의 이스라엘에 제공되는 무기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는 “재판관들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 범죄를 인정하면 이스라엘에 무기금수 조치를 요구하는 법적 논리가 강화된다”며 “많은 국가들이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국가에 무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포 영장 발부 여부는 최소 한 달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칸 검사장이 3명의 판사로 구성된 사전 심리 재판부에 영장을 청구하면, 판사들은 증거를 검토해 다음 절차를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이날 칸 검사장은 성명을 내어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더불어 하마스 지도부 야히아 신와르, 모하메드 알-마스리, 이스마일 하니예 등 3명에 대해 재판부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칸 검사장은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장관이 고의적 살인 행위를 저지르고,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한 점, 또 전쟁 수단으로서 민간인을 굶주리게 만든 혐의 등으로 국제형사재판소 조약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