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1개=김밥 2줄’ 가격인 곳도
5월 후 사과 출하 작년보다 30%↓
올해 개화량 감소, 여름날씨 관건
가격 분산 커져 소비자 불안 고조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금(金)사과가 도시락 한끼보다 비싸네.”
10일 서울 명동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사과 하나 가격은 6500원에 달했다. 이는 대략 김밥 2줄(3월 기준, 1줄 3323원)을 살 수 있는 가격이다. 해당 매장에 있는 비빔밥과 돈까스·김치제육으로 구성된 도시락 가격보다 비쌌다.
해당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참외 2개는 1만2000원이었다. 3월 기준 한국소비자원 외식비 가격 동향과 비교하면 냉면(1만1538원)과 칼국수(9115원)보다 높다. 과일의 고공행진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35개월째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외식 가격으로 환산해도 과일 가격은 놀라운 수준이다.
과일의 대표 주자인 사과 가격은 언제쯤 안정될까. 먼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5월 이후 사과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1% 감소한 4만4000t(톤) 내외로 추정된다. 2018년~2022년 평균 기준으로 5월 이후 사과가 약 5만7000t 생산됐지만, 올해는 최소 1만3000t이 사라졌다. 특히 5월 출하량은 전년 대비 20.1% 감소한 규모다. 다만 비정형과(일명 못난이사과)인 저품위 사과의 출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024년 수확된 사과의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지금보다 안정화될 수 있다. 이를 결정짓는 것은 꽃수인 개화량과 생육 상황이다. 홍로·후지 사과 모두 4월 중순께 만개했다. 9월 추석 시기 출하되는 홍로 사과는 후지 품종보다 병충해 피해가 적어 개화 상태가 양호하다. 이후 10월 말~11월 출하되는 후지 사과는 지난해 기상 악화로 꽃눈의 분화율이 낮아 개화량이 감소했다.
꽃이 적절한 기온으로 잘 커야 하는데, 올해 4월 기온은 작년보다 따뜻해 다행히 저온피해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경북과 충북 일부 지역에서 과수나무에 발생하는 부란병이 잇달았다. 잦은 비와 기온 상승이 병해 발생 우려를 높여 농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과는 품종별로 수확 및 출하 시기가 다른데, 가장 이른 시기에 나오는 사과는 풋사과로 올해도 평년처럼 7월 중순부터 8월 초로 예상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출하까지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겠지만, 여름철 강수에만 대비한다면 평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각각인 가격이다. 정부 지원과 유통업체의 할인 행사로 소비자마저 헷갈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공급 불안정으로 과일 가격의 등락이 크다는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주요 농산물 일일 도매가격에 따르면 10일 기준 사과(후지) 10㎏ 가격은 8만8899원으로 평년 대비 150.1% 높았다. 전년(4만737원)과 비교하면 2배를 웃돈다. 후지 사과는 9일 6만6730원이었지만, 다음날 8만8899원으로 33% 가까이 올랐다.
편의점에서도 가격은 들쭉날쭉하다. A편의점에서는 6500원짜리 사과가 있지만, B편의점에서는 못난이 사과나 크기가 작은 사과가 3000원 이하에 판매 중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파는 매장을 찾아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는 이런 가격 상황이 구매 불안과 거래 둔화를 높인다고 지적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판매처마다 가격이 다를 수 있으나 문제는 가격 분산(한 상품이 다양한 가격에 판매되는 것)의 퍼짐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라며 “소비자의 정보 탐색 비용이 증가하고, 품질에 대한 확신을 못 해 구입을 꺼리게 되는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