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분담금 1조6000억원→6000억원 축소 제안
KAI 파견 기술진 자료 유출 사건 이어 악재 추가돼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국형전투기 KF-21(인도네시아명 IF-X) 보라매를 공동개발중인 한국과 인도네시아 사이에 또 하나의 악재가 떠올랐다.
인도네시아는 KF-21 총 개발비 8조1000억원의 20%인 약 1조6000억원을 분담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측은 최근 한국 정부에 1조6000억원의 분담금을 총 6000억원 수준으로 축소해 납부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애초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KF-21을 공동개발하면서 총사업비 8조6000억원 가운데 20%인 1조7000억원을 인도네시아가 분담하기로 했다.
이후 2021년 KF-21이 방산물자로 지정되면서 부가가치세가 빠져 총사업비는 8조1000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인도네시아 측의 분담금 역시 1조6000억원으로 하향조정된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KF-21 개발이 완료되는 2026년까지 개발비의 20%를 분담하는 대신 비행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자료를 이전받아 인도네시아에서 48대를 현지생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2019년 1월까지 2272억원을 납부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난과 재정악화 등을 이유로 4년 가까이 분담금을 연체하다 최근 들어서야 일부를 추가 납부해 총 3000억원 가량을 납부한 상태다.
결국 인도네시아 측의 이번 제안은 기존 납부한 3000억원에 더해 3000억원만 더 지급하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돼 오는 10월 취임할 예정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당선인의 국방부 장관 임기와 맞물린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인도네시아는 분담금을 축소하는 대신 기술자료도 그만큼 덜 받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경우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48대 생산은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이에 앞서 한국 정부에 KF-21 개발분담금 납부 기한을 기존 합의한 2026년에서 2034년으로 8년 연장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KF-21 개발이 2028년 끝나는 데 8년 뒤에야 분담금을 완납한다는 제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축소 제안에 대해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은 채 검토중인 단계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2026년 예정된 KF-21 체계개발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양국 정부는 분담금 현안 해결을 위한 최종협의를 진행 중”이라면서 “양국 관련기관과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해 사업에 영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 입장을 정리하든 KF-21 개발생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파견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자료를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건에 이어 또 하나의 악재일 수밖에 없다.
당장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한국이 1조원을 추가 부담하거나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데 녹록지 않은 일이다.
다만 방산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 측의 KF-21을 둘러싼 반복되는 ‘몽니’에도 불구하고 ‘K-방산’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라도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방산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항공기와 잠수함 등 국산 무기체계를 가장 먼저 도입한 K-방산의 선도국가”라며 “국제 공동개발 문제로 KF-21 사업 초기 어려움을 겪을 때 활로를 풀어준 국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KF-21 사업이 출발할 때와 달리 지금은 한국의 개발비가 늘어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