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가상자산 업계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현직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상자산에 대해 ‘규제’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데 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가상자산에 대해 사뭇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국계 대형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 소속 디지털 자산 리서치 책임자인 제프 켄드릭은 고객들에게 보낸 투자노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현실화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2025년까지 20만달러(약 2억7320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4조달러(5464조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켄드릭은 올해 말 비트코인에 대한 목표 시세를 15만달러(2억490만원)로 잡았다.
이날 오전 7시 30분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8609만9000원을 기록 중이다.
SC는 미국의 재무 위기가 부각되면서 지금과 정반대로 ‘약(弱) 달러’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과도한 부채에 허덕이는 미국 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인해 ‘부채의 화폐화’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SC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서 발행한 국채 규모가 바이든 행정부와 비교해 훨씬 컸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동안 미국 정부 부채의 연간 평균 순매도액은 2070억달러(282조7620억원)에 달한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에는 550억달러(75조1300억원)에 그쳤다.
이에 미 국채 시장에 대한 신뢰가 하락함에 따라 매입자들의 철수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SC는 전망한 것이다.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하면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자산을 찾아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수요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켄드릭은 “시장은 비트코인이 미 국채 신뢰 하락 환경에서 좋은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여길 것”이라고 판단했다.
SC는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보다 우호적인 시선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비트코인을 두고 ‘사기(scam)’라고 칭한 적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전망의 근거로 삼았다.
지난 3월 미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취임할 경우 “때로는 비트코인을 통한 결제를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생각해 보면 비트코인은 또 다른 형태의 통화”라고 수긍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가상자산 채굴에 세금을 부과하는 한편 가상자산에도 주식처럼 ‘워시 세일 규칙’을 적용해 세금 회피를 위한 의도적 손절매 행위를 근절하는 내용을 담은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예산안을 공개했다.
SC 이외에 다른 가상자산 전문가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가상자산 시장엔 보다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매튜 시겔 반에크 디지털자산 연구책임자는 “바이든 행정부는 디지털 자산 분야에 위협이 된다. 오는 11월에 치러질 대선 이전에 미국에서 디파이와 셀프 커스터디를 불법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디지털 자산 보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 리드 스타크 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인터넷 집행국장도 “트럼프 행정부의 SEC가 바이든 행정부의 SEC보다 가상자산에 대해 훨씬 더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