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JYP -34.16%, YG -17.49%, 하이브 -13.70%, SM -12.05% 주가 급락
기획사 vs 프로듀서·프로듀서 간 분쟁 확대…‘인적 자산’ 최우선 기획사 펀더멘털에 위기
外人·기관, 올해만 JYP 4440억 순매도…하이브도 2075억원 내다 팔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자타 공인 ‘사람’이 가장 큰 재산으로 꼽히는 연예기획사에서 발생한 ‘인적 리스크’로 K-엔터테인먼트 대표주(株) 주가가 된서리를 맞는 모양새다. 국내 4대 연예기획사(하이브·JYP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중 시가총액 1위 하이브에서 벌어진 내분 사태가 K-엔터테인먼트주 전반에 대한 투심을 약화시키면서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주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큰손’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이 올 들어 7000억원이 넘는 K-연예기획사주를 순매도한 가운데, 이들의 돌아선 마음을 K-연예기획사주가 되돌려 세울 수 있을 지가 향후 주가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종가 기준 4월 들어 4대 연예기획사주 모두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이브의 주가가 12.39%나 하락했고, 그 뒤를 YG엔터테인먼트(-10.83%), SM엔터테인먼트(-7.74%), JYP엔터테인먼트(-7.49%) 순서로 따랐다.
올해 연중으로 범위를 넓히면 낙폭은 더 커진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주가 등락률이 -34.16%로 가장 부진했고, YG엔터테인먼트(-17.49%), 하이브(-13.70%), SM엔터테인먼트(-12.05%) 모두 두 자릿수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 1~2월 큰 낙폭을 기록하며 ‘바닥’을 다졌던 4대 연예기획사주는 지난달 JYP엔터테인먼트(-2.17%)를 제외하고 하이브(+15.52%), YG엔터테인먼트(+15.16%), SM엔터테인먼트(+12.28%) 모두 두 자릿수 회복세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반등세를 보였다.
올해 3월 주가 회복의 밑바탕에는 4대 연예기획사 각각 대형 아티스트와 신인 그룹들의 활동 대기와 컴백 소식이 이어졌던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하이브의 경우 지난 3월 ‘르세라핌’의 성공적인 복귀에 이어 다음 달 ‘뉴진스’의 복귀가 예정돼 있는 등 2분기 들어 주요 아티스트들의 컴백 일정이 집중돼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NCT드림’과 ‘에스파’ 등 대형 아티스트들의 컴백을 앞두고 있어 기대감을 키웠고, JYP엔터테인먼트도 일본 현지 보이그룹 ‘넥스지(NEXZ)’ 데뷔가 예정돼 있었다. 이어 오는 6월엔 나연의 솔로 활동을 시작으로 하반기 ‘트와이스’ 컴백 무대가 계획돼 있기도 했다. 앞서 ‘블랙핑크’와 개인별 활동 계약 불발로 한동안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던 YG엔터테인먼트도 블랙핑크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새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의 데뷔가 호재로 꼽혔다.
하지만, 이달 들어 엔터테인먼트 섹터에 대한 투심은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경영권 분쟁이 고발에 따른 법적 다툼으로 확대하는 등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며 확연히 사그라들고 있는 모습이다. 모회사 하이브가 자회사 어도어에 대한 감사권을 발동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던 지난 22일 이후 하이브 주가 하락률은 12.58%에 달했다. 시가총액으로는 불과 5거래일 만에 1조2079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시장에선 연예기획사에 대한 인적 리스크가 기존엔 스타들의 사건·사고 소식이나 기획사·아티스트 간의 재계약 불발 등에 제한됐던 것에 비해, 최근엔 기획사와 프로듀서 또는 복수의 프로듀서 간 마찰과 경영권 분쟁 등 기업 펀더멘털을 더 크게 뒤흔들 수 있는 사안들로 확대된 것이 아니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그동안 K-팝(POP)의 산업적 측면을 한껏 부각시키며 성공의 키워드로 꼽혔던 ‘멀티 레이블’ 시스템에 대한 근원적인 의구심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엔터테인먼트 관련주 전반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선 ‘큰손’으로 불리며 주가의 향방을 가르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의 K-엔터테인먼트주 ‘엑소더스’ 현상도 가볍게만 보긴 힘들다.
올 들어 외국인·기관 투자자는 7106억원 규모의 4대 연예기획사주를 내다 팔았다. 4440억원을 기록한 JYP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순매도세가 가장 강력했고, 하이브에 대한 순매도액도 2075억원에 달했다. 이 밖에 YG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해서도 외국인·기관 투자자는 76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SM엔터테인먼트만 17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다만, 4대 연예기획사주의 부진이 ‘펀더멘털(기초체력)’ 자체가 훼손된 것이 아니라 각종 악재 등 ‘센티멘털’의 훼손에 따른 것인 만큼 단기적인 문제로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실질적인 영향이 주가엔 제한적이라는 셈이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하이브의 타사 대비 멀티플 프리미엄 부여의 여러 요인 중에는 멀티 레이블에 대한 부분도 있었기에 결국 단기에 실적 부분에서 주가의 변동성 확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이번 사건으로 회사에 대한 장기적 관점은 변화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특히 멀티 레이블 체제의 견고함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2분기 이후에 모멘텀은 여전히 변함이 없기 때문에 엔터 업종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이번 ‘하이브 사태’를 두고 최근 몇 년 동안 세계적으로 성장해온 K-팝을 강타한 여러 분쟁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 간에 있었던 경영권 분쟁과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와 소속사 간의 분쟁을 이전 사례들로 꼽았다. 로이터는 K-팝 산업이 단기적으로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국내 증권가의 분석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