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불합치 결정… 개정 민법상 유류분 상실 사유 및 기여분 규정 포함

기업 경영권 분쟁 상황서 상속인들 사이에 증거·법리 다툼 확대될 전망

유류분 위헌 결정… 기업 경영권 분쟁서도 영향 전망[취재메타]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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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부모나 자녀에게 일정 비율의 유산 상속을 보장하는 유류분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47년 만에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상속제도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재 BYC 등 재벌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영권 분쟁 사건을 비롯해 향후 유류분 관련 소송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헌재는 지난 25일 양육과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나 배우자, 자녀에게 유산의 일부를 보장하는 민법상 유류분 제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민법 제1112조에서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헌법불합치 결정 이유를 밝혔다.

형제 자매까지 유산 일부를 보장받는 유류분 조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피상속인의 형제 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형제 자매 유류분 조항은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즉각 효력을 잃게 됐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유류분 조항은 내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유류분은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남은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1977년 도입됐다. 하지만 유류분 제도가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등 사회 변화에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가수 고(故) 구하라 씨가 2019년 사망한 뒤 20년 넘게 소식을 끊었던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유류분 제도에 대한 논란이 크게 불거지기도 했다. 논란 이후 국회에서는 유류분 요청 권한을 제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발의됐지만 제20대 국회에서는 회기만료로 폐기됐고, 제21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계류 중인 상황이다.

헌재가 47년 만에 유류분 제도에 대한 새로운 판단을 내리면서 향후 유류분 반환 소송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BYC 등 재벌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유류분을 앞세운 경영권 분쟁 상황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류분 위헌 결정… 기업 경영권 분쟁서도 영향 전망[취재메타]
BYC 로고[헤럴드경제DB]

한석범 BYC 회장은 지난해 5월부터 부친인 고(故) 한영대 전 회장의 상속재산을 두고 가족과 1300억 원대 유류분 반환 1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소송은 한 전 회장의 배우자이자 한 회장의 모친인 김모 씨와 그의 다른 자녀인 한지형 BYC 이사, 한민자 씨가 한 회장과 한기성 한흥물산 대표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김 씨 등은 2022년 12월 한 회장을 상대로 한 전 회장이 별세한 뒤 유산 상속 과정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유류분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법조계에선 향후 민법 개정안에 유류분 상실 사유나 기여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될 경우 상속인들 사이에서 기존보다 증거 및 법리 다툼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류분 위헌 결정… 기업 경영권 분쟁서도 영향 전망[취재메타]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의 빈소를 조문 후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 ‘효성 형제의 난’을 촉발했던 조 전 부사장의 이름은 빈소 전광판에 공개된 유족 명단에도 오르지 못했다. [연합]

BYC 사건 이외에도 지난달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이른바 ‘효성 형제의 난’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친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 등을 상대로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유류분 반환 소송은 2013년 663건에서 2022년 1872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