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서면 인터뷰
서울 중구 일곱 다둥이 가정에 1억원 쾌척 ‘화제’
출산축하금 최대 3000만원 지원 ‘금호케어’ 시행
“좋은제도 있어도 적극 활용해야”…배려·존중 강조
“기업 역할 확대 위해 보다 적극적 정부 지원 필요”
“육아휴직 대체인력 지원금 인상·대상폭 확대해야”
[헤럴드경제=정태일·정윤희·한영대 기자] “임직원에 대한 아낌 없는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직원의 동기부여, 애사심 강화 등 계산할 수 없는 긍정적 효과를 창출합니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올해 1월 임직원 출산지원책 ‘금호케어(Kumho-CARE)’를 발표하면서 주목 받았다. 출산 축하금으로 최대 30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을 포함해 임신·출산·육아 등 전 과정에서 기업의 지원을 대폭 늘린 것이 골자다. 최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파격 지원’이라는 평이 나왔다.
‘금호케어’의 탄생은 평소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적극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 회장은 연초 서울 중구 일곱아이 다둥이 가족에 1억원, 지난해 8월과 9월에도 다둥이 가정에 각각 5000만원을 후원하며 화제가 됐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 진심인 이른바 ‘통 큰 회장님’이다.
박 회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저출산 기조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단순히 개인, 가정의 문제를 넘어 기업과 국가적 차원의 심각한 과제”라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업들도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법적·제도적 지원 기준을 맞추는 것을 넘어 기업이 당사자라는 생각으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금호케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단 출산축하금으로 첫째 500만원, 둘째 1000만원, 셋째 2000만원, 넷째 3000만원을 지급한다. 배우자(남편) 출산휴가의 경우 기존 10일에 ‘아빠도움휴가’ 5일을 추가했다. 제도는 연초부터 시행했지만 지난해 출산한 아동에게도 1인당 200만원씩을 지급한다. 자녀를 입양할 경우에도 1인당 300만원의 축하금과 입양휴가 5일을 준다.
‘출산 지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임신부터 출산, 이후 육아 과정에 이르기까지 빈틈없이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임신 주수별로 태아검진시 반차를 지급하고 임신기간의 근로단축을 확대하는가 하면, 난임 부부를 위해서는 난임시술비로 최대 300만원을 횟수 제한없이 지원한다. 난임 휴가도 기존 연간 3일에서 6일로 늘렸다. 육아와 관련해서는 기존 가족돌봄휴가 및 휴직제도에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최대 1개월간의 ‘초등입학돌봄휴직’을 만들었다.
박 회장은 “대부분 복지 제도들이 임직원 본인에만 집중돼 있다면 ‘금호케어’는 임직원은 물론 가족까지 아우른다”며 “임직원 가정의 행복과 안정이 업무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지면서 회사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호케어’에 대한 임직원들의 호응은 뜨겁다. 일례로 회사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수많은 공지들 중 ‘금호케어’ 시행 공지문에 눌러진 ‘좋아요’ 숫자도 독보적이다. 박 회장은 “당장 혜택을 받는 분들은 물론 미혼·출산 전인 임직원들이나 그 부모님들도, 저출산 문제에 회사가 적극 대응하는 것에 칭찬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동시에 “회사가 좋은 제도를 시행하는 것과 함께 중요한 것은 임직원 간 배려하고 존중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마음”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더라도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면 결국은 ‘빛 좋은 개살구’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 회장이 인터뷰 내내 ‘배려와 존중’을 수차례 언급한 이유다.
박 회장은 “육아 휴직을 하려는 당사자가 자신의 업무 공백을 메워줄 주변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휴직 기간을 짧게 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있어도 (잘 쓰지 못하는 등) 심리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도 있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금호케어(Kumho-CARE)’에서의 R과 E는 각각 존중(Respect)과 격려(Encourage)란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존중과 격려의 문화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출산율이 상승세를 타면 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임직원들은 회사 발전을 위해 뜻을 같이하는 동반자”라며 “임직원들이 아이를 올바르게 성장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인 지원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이) 출산 및 육아에 필요한 시간과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기업의 핵심적인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서려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일례로는 ‘대체인력지원금 제도’를 들었다. 현재 기업이 육아휴직으로 인한 공백을 채우기 위해 대체 인력을 채용했을 때 정부는 우선지원대상기업에 한해서 지원하는 대체인력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박 회장은 “육아휴직으로 인력 공백이 발생했을 시 금호석유화학은 대부분 대체인력을 채용해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모든 기업이 (현실적인 이유로) 똑같은 대책을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체인력지원금을 인상하고, 대상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며 “(지원폭을 넓힌다면) 기업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결국에는 육아휴직 당사자도 부담 없이 육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출산 지원책을 향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박 회장은 “상반기 혹은 금호케어 시행 후 1년 정도 지나면 임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추가할 내용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녀의 생애 주기 중 어느 시기라도 돌보기 힘들것이라고 판단되면 임신 및 출산을 결정하기 힘들다”며 “임직원들이 근무하면서 마주하는 각각의 시기에 회사 차원에서 도움이 될만한 것들이 있는 지속해서 찾아 빈틈 없는 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회장은 일반 다둥이 가정 후원에도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올해 2월에는 7번째 아이를 낳아 화제가 된 서울시 중구의 20대 부부에게 1억원을 쾌척했다. 당시 박 회장은 “후원금으로 조금 더 넓은 보금자리에서 아이들과 편안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는 진심을 함께 전달했다.
지난해 8월에는 경기도 의왕시 9남매 다둥이 가정에 5000만원을 후원했다. 같은 해 9월에도 신장 이식과 암을 이겨낸 경기도 화성시 3남매 가정에 5000만원을 기탁했다.
박 회장은 “다둥이 출산 가정의 소식을 접하면서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 저출산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이라 생각했다”며 “조금이나마 도움을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후원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