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7단계로 의원 543명 선출
모디 총리, 370석 차지 압승 포부
세계 인구 1위·증시 5위·경제규모 5위
전자상거래 급성장·세법 개혁 등 성과
고성장 속 빈부격차·남북갈등 과제로
유권자 9억6800만명의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에서 19일부터 총선이 시작됐다.
임기 5년의 연방하원 의원 543명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은 44일에 걸쳐 전국 102개 지역구에서 6월 1일까지 순차적으로 투표가 진행된다. 개표는 6월 4일 하루 동안 이뤄지고 결과도 당일 발표된다.
이번 총선에선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압승 전망이 우세하다. 총선 승리시 모디 총리는 세 번째 연임이 유력해 2029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19일(현지시간) 시작되는 인도 총선은 모디 총리의 집권 10년 간 인도가 이룩한 성과와 한계에 대한 평가로 볼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나오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의 압승이 유력시되고 있다. 현지 매체 인디아TV와 여론조사 업체 CNX가 투표 개시를 이틀 앞둔 17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BJP는 단독으로 343석(63%), 친여 정당들과의 연합으로도 393석(72%)을 얻어 의석을 싹쓸이할 것으로 예측됐다. 총리 선출 최소 의석수 (272석)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인도는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국이 됐다. 주요 주가 지수인 SENSEX는 4월 10일 종가 기준 7만5038포인트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융정보 서비스업체 퀵 팩트셋의 지역별 지수를 기준으로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달러화 기준)을 보면 인도는 현재 4조 8000달러(약 6648조 원)에 달한다. 시가총액 규모로는 미국, 중국 본토, 일본, 홍콩에 이어 세계 5위이며, 4위인 홍콩을 잠시 역전하기도 했다.
인도 증시 호조의 배경에는 높은 경제 성장률이 있다. 인도는 2023~2024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6%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모디 총리가 3연임을 호소하며 내세운 것도 이같은 경제 성과다.
시장에서는 모디 총리가 재임하지 못할 경우 인도의 성장률이 25%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메이크 인디아’ 제조업 진흥, 증시는 4위 도약=모디 정부는 제조업 진흥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를 내세우며 특히 자동차 산업 육성에 힘을 쏟아왔다. 3기 정부에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니틴 가드카리 도로교통부 장관은 “2029년에 세계 최고의 자동차 생산 허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인도 정부는 1~2% 정도에 불과한 승용 전기차 비율을 30년 내에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국내 신차 판매량은 약 508만대로 일본을 넘어섰다.
중국과 홍콩 증시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동안 인도 증시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 1월 마켓워치와 인베스트 등은 관련 통계를 인용해 인도 증시의 시가총액이 4조3300억달러(약 5793조5400억원)에 달해 홍콩을 제치고 세계 4위로 올라섰다고 전했다. 이는 홍콩 증시 시가총액 4조2900억달러를 400억달러나 웃도는 규모다.
CNBC는 인도 니프티(Nifty)50 지수가 8년 연속 상승하며 지난해 대비 2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면서 “인도의 성장에 대한 광범위한 낙관론 속에서 반등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모건스탠리와 JP모건체이스 같은 은행들은 세계 주식 및 채권 지수에서 인도의 가중치를 상향 조정하기 위해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모디 총리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인도 경제는 제조업 진흥을 통해 자립을 이루고 인도 통화인 루피화를 국제 통화로 만드는 것이다.
모디 총리는 지난 1일 인도중앙은행(RBI) 90주년 기념식에서 “앞으로 10년 안에 인도 경제를 자립시켜야 한다”면서 “루피화를 전 세계에 더 쉽게 받아들이고 접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인도는 루피화를 18개국과의 무역에서 미국 달러화 대신 이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금융·세법 개혁, 법인세 인하도 성장 밑거름=인도는 금융에서도 디지털 도약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도 정부는 지난 2022년 세계 최대의 디지털 인프라 플랫폼인 ‘인디아 스택’을 시행하면서 페이티엠(Paytm)과 폰페(PhonePe) 등의 핀테크 스타트업이 급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인디아 스택(India Stack)은 인도 정부가 전체 인구 14억여명의 지문과 홍채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NYT는 “인디아 스택이 나오면서 인도인들은 미국인들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개인간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세금도 정비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집권 6년 동안 세계적 수준의 파산법을 제정하고, 난립하던 간접세를 지난 2017년 7월부터 재화용역세(GST)로 단일화한 결과다. 재화용역세는 제조사, 도매업자, 소매업자, 소비자 등 생산·유통의 각 단계에서 모든 제품 가격에 붙는 세금이다.
지난 1일 인도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재화용역세 세입은 1조7800억루피(약 28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NYT는 “공공 지출을 위한 자금이 풀렸고, 기업 법인세율을 낮춤으로써 민간 금융 조달을 위한 자금도 풀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인도 정부는 공공부문 은행들에 3조5000억루피(약 56조5000억원)의 자본을 투입하는 등 개혁을 단행하면서 상당규모의 부실채권을 해결했다. 2018년 11.25%였던 은행의 총 무수익자산(NPA)는 지난해 9월 말 3% 이하로 떨어졌다.
모디 총리는 “은행의 신용증가율은 15% 수준”이라며 “붕괴 위기에 처했던 은행 시스템이 수익성을 갖게 됐고 신용에서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빈부 격차는 인도 최대 난관=인도 경제가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지만 빈부격차는 또 다른 난관으로 꼽힌다. 인도 뭄바이가 중국 베이징을 제치고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도시가 될 정도로 부자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서민층의 소득은 늘지 않고 있어서다.
세계 불평등 연구소(WIL)는 지난 19일 ‘인도의 소득 및 부의 불평등, 1922~2023: 억만장자 라즈(Raj)의 부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인도 상위 1%의 부유층은 인도 전체 자산의 40.1%를 차지하고 있지만 소득 계층 하위 50%와 중간층 40%의 자산이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경제적을 발전한 남부 지역은 모디 정권 아래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 남부 지역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인도국민회의는 남부 지역의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모디 정권이 정부 수입의 공정한 몫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남부 주들이 가난한 북부 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해 왔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