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전공의 측에 ‘비공개 회동’ 제안
박단 “최종 결론은 투표 통해 결정” 강조
정원 숫자 조정 내비쳤을 가능성 있어
총선 사전투표 직전일인 4일 회동 ‘정치적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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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석희·안효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4일 오후 전격 회동한다. 그간 ‘무응답’으로 일관하던 전공의 측에서 대통령실측의 회동 요구에 응하면서다. 첫째 관심은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대한 숫자 조정 가능성이 물밑에서 오갔느냐다. 전공의 측은 ‘현재 정원 유지 또는 축소’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증원 외 최대 관심은 그간 의료계의 요구 가운데 어떤 사항이 ‘당근책’으로 제시됐느냐다. 의료계에선 그간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와 의료사고 특례법 등을 요구해왔다.
박단 대전협 위원장은 4일 내부 공지를 통해 “오늘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다”고 밝혔다. 그는 “현 사태는 대통령의 의지로 시작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만남은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라 4월 10일 총선 전에 한 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월 20일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면서 대통령에게 기존과 같은 요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협 측은 그동안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백지화를 요구해왔다. 박 위원장은 또 최종 결론은 전공의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과의 면담 성사는 대통령실발로 처음 공개됐다. 이날 정오께 한 언론은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참모들에게 “만남의 장소와 공개·비공개 여부 모두 개의치 않을테니 전공의와의 대화를 추진해달라”·“조건없이 만나 듣기만 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몇시간만에 대전협 측이 대통령실측의 제안에 호응하면서 이날 오후 만남이 성사된 것으로 해석된다.
핵심은 역시 숫자 조정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실이 일정 수준의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느냐 여부로 쏠린다. 전공의 측은 지난 1일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의대 증원 2000명은 최소한의 규모’라고 다시한번 강조한 것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공의들은 “대화에 응하는 것이 이득이 있을지 모르겠다”, “자기들이 2000명 증원을 양보하지 않았는데 이를 백지화하지 않는 이상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날인 지난 2일에는 일부 전공의가 전공의 내부 설문조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전공의 1581명이 참여한 해당 조사에서 전공의 64.1%(1014명)는 ‘한국 의료 현실과 교육환경을 고려할 때 의대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정원인 3058명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31.9%(504명)였다. 응답한 전공의 96.0%가 사실상 의대정원 유지 또는 축소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박 위원장 역시 이같은 내부 의견을 확인한 이후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 응했다는 점은 일정 수준의 정원 조정 가능성에 대한 대통령실의 의사 확인이 사전에 있었기 때문 아니겠냐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의대 증원 외 사안으로는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 재정 문제 역시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정부는 의료 개혁 5대 재정사업으로 전공의 수련 국가 책임제, 지역의료 발전기금 신설, 필수의료 재정 지원 확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보상 재원 확충, 필수의료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확대 등을 내놓은 바 있다. 전공의 수련 국가 책임제는 정부가 전공의들의 수련 비용을 모두 지급하는 제도로,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이 운영하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만나기로 한 것에 대해 ‘대표성’이 인정 될 수 있겠느냐는 점은 또다른 변수다. 사직 전공의 중 한명인 류옥하다씨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박단 비대위원장의 만남 성사는 ‘젊은의사(전공의, 의대생)’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박단비대위와 11인의 독단적인 밀실 결정”이라고 밝혔다. 류옥씨는 또 “정부가 ‘신뢰할 만한 조치’를 보이지 않으면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류옥씨는 또 “윤석열 대통령-박단 비대위원장의 만남을 박단 비대위원장이 ‘언론 비공개’로 먼저 요청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밀실 결정에 이은 밀실 만남이며, 젊은의사(전공의, 의대생)들은 ‘기습 합의’라는 2020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며 “총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그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는 백년지계해야 할 일이다. 선거마다, 정권마다 호떡 뒤집듯 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공의들은 이날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과의 회동이 ‘비공개’로 잡힌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어쨌든 만나게 된다면 무조건 생방송으로 해야 한다. 녹화 방송은 절대 안 된다”며 “기자들을 불러 공개된 곳에서 해야 하며, 밀실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박 위원장이나 (최근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한)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등이 만약 토론을 원한다면 전공의 전체의 의견이 수렴이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