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말까지 적자 면치 못하던 음악·영상저작권 무역수지

한류 열풍에 10억불 흑자 목전…한은 “문화 콘텐츠 수요 견조”

사진은 그룹 뉴진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가 전 세계적 현상으로 자리하면서 우리나라 음악·영상저작권 수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규모는 30억달러에 육박했다. 6년 전과 비교하면 3배 늘어난 것이다. 이에 2010년대 말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던 관련 무역수지는 10억달러 흑자가 목전이다.

일본 등에서 국지적으로 유행했던 과거와 다르게 한류는 최근 동서양을 막론하고 퍼지고 있다. 방한 중인 영국 부총리가 직접 요청해 SM엔터테인먼트 본사에 방문할 정도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전세계에서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가 가장 많은 가수는 블랙핑크로 9300만명을 넘겼다. 블랙핑크가 보유한 유튜브 1억뷰 이상 영상 수는 45편에 달한고, 이들의 콘텐츠 누적 조회 수는 352억건을 넘겼다. 방탄소년단 유튜브 구독자 수는 7760만명에 달한다. 이 정도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외국 가수는 저스틴 비버(7270만명) 밖에 없다.

제조업 외발 성장을 해온 우리나라가 문화 산업에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 같은 문화 콘텐츠 역량 강화는 식품 수출, 여행 수입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2일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ECOS)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유형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음악·영상저작권 수출 규모는 관련 통계가 개편된 후 역대 최대인 29억294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7년 9억3340만달러에서 19억9600만달러가 늘어났다. 증가율로 따지면 313.8%다. 같은 기간 전체 지식재산권 수출 규모가 2배 가량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이에 음악·영상저작권 무역수지는 지난해 9억495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해당 무역수지는 2017년(-4억3650만달러)부터 2019년(-1억4100만달러)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2020년(2억1100만달러) 들어 흑자로 전환하더니, 이후 빠르게 흑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K팝 등 문화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만성적 적자에 시달렸던 전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도 종종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1억8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지적재산권 무역수지는 지난 2021년 사상 처음 흑자(1억6000만달러)를 냈다가, 2022년 11억1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으나 2023년 다시 흑자를 기록했다.

문혜정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음악, 드라마, 웹툰 등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코로나 엔데믹 이후 해외 공연 등이 확대되면서 문화예술 저작권이 역대 최대 흑자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식품·여행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달 라면 수출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을 비롯해 우리나라 영화 등에 라면이 자주 등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달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5% 증가한 9300만달러를 나타냈다. 수출 국가도 100개국 가깝다. 라면 수출액은 국내에서 생산돼 외국으로 수출되는 것만 고려한 것으로 외국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현지에서 판매되는 분량까지 반영하면 글로벌 수출액 규모는 훨씬 크다.

연초부터 활기를 보이는 라면 수출액은 올해 연간 10억달러를 처음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라면 수출액은 2015년 2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9년 연속 기록을 경신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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