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고정 5년’ 받은 혼합형 차주, 변동금리 전환 앞둬
고정금리 vs 변동금리 금융소비자 고심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 5년 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산 B씨는 다음 달 말이면 고정금리가 끝난다. 5년간 2.7%의 금리만 냈는데, 얼마 전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순간 즉시 5.2%의 이자율이 적용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대신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새로이 대출을 받으면 또 5년 고정으로 최대 3.67%의 주담대가 가능하다고 했다. B씨는 일단 5.2%의 이자를 내며 금리 추이를 지켜볼지, 다시 5년간 3.67%의 이자를 낼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대비 대출금리가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변동금리의 경우 최대 6%대까지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쟁적 금리 인하 기조와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충돌하며 대출금리의 변동성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금리 인하기가 불확시한 가운데 고정금리 기간(5년)을 끝마치고 변동금리에 들어서는 차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코픽스 석달연속 내렸지만…고정금리 내던 영끌족엔 여전히 ‘부담’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석달 연속 하락해 3.62%를 기록 중이다. 이는 작년 11월 4%까지 오른 데 비해 0.4%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수치지만, 저금리가 이어지던 지난 2019~2021년 코픽스가 0~1%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세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은행의 혼합금리 주담대는, 5년간 정해진 이자율을 적용받고 그 이후부터는 현재 코픽스에 특정 가산금리를 더해 적용받는다. 더해지는 가산금리는 은행별로, 상품별로, 또 시기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5년 후 어떤 금리를 적용받게 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변동금리는 서류를 작성할 때 향후 5년 뒤에는 그 해당 시점의 코픽스에 가산금리를 더하게 돼있다”며 “5년 뒤 금리는 은행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상품마다, 또 은행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5년 전 혼합금리의 주담대 상품에 가입했다가 이를 변동금리로 돌아오는 이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보통 1~2%대 저금리를 적용받다가 갑작스럽게 높은 이자율을 감당해야 하니 이자 부담이 급증하는 것이다. 변동금리를 피하기 위해 다시 고정금리의 상품을 가입한다고 해도 근저당권설정비용 등 각종 지출이 생기게 된다.
한 금융소비자는 “고정금리 기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인지세 등 각종 현금을 들여 또 다른 대출 상품을 가입해야 하나 싶다”면서도 “은행을 갈아타면 추가 비용이 더 들 수 있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연초까지 금리가 가장 낮던 인터넷은행에 의존하기에도 쉽지 않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혼합금리는 이날 기준 각각 3.66~5.511%, 4.4~6.19%에 해당한다. 변동금리의 경우에도 3.971~6.254%, 3.93~6.31%가 적용되는 등 금리 하단이 모두 5~6%에 달한다.
금리인하 시점 불명확, 은행 “고정 vs. 변동 잘 고민해야”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차주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고정금리 기간이 끝나는 이들은 물론, 신규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금융소비자들까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고정(혼합형) 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지만, 향후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고정금리가 되레 이자 부담이 클 수 있다.
통상 고정금리 하단은 금융채 5년물 금리보다도 낮다. 은행이 고정금리를 정할 때 지표가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 25일 3.7%로 집계됐다. 일부 은행은 자금 조달 원가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 상품을 판매 중인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이 정도까지 내린 것은 금융당국이 은행에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도록 압박 아닌 압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경제규모가 커지던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리스크가 있는 변동금리 비중을 낮추고 고정금리를 늘리겠다고 주장해왔다.
은행이 고정금리 상품의 가산금리(대출금리 중 은행 이익에 해당하는 부분)를 인하하는 등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선 결과,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지난 1월 기준 49.2%로 절반 수준까지 늘어났다. 고정금리 비중은 지난해 9월 금리가 치솟으며 52.2%까지 증가했지만,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49.2%로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한 것이 확인되자 시장에선 연준이 긴축을 종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내려올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변동금리와 고정금리의 선택권을 두고 금융소비자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 시점이 다가오고 있으므로, 대출을 갈아타는 데 대한 비용까지 고려해 현명한 선택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