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금리 인상 대비한 일학개미 투자전략은?
“역사적 고점 찍은 日 주요지수…환율에 민감한 상태”
“단기 조정 불가피…반도체·금융주 매수 기회 삼아야”
“엔 강세 전망에 ‘환노출형’ 상품 유리”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탈피 등 17년 만에 통화정책의 기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일본 증시도 숨 고르기에 들어선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달러-엔 환율 상승세가 주춤하면 일본 주가지수의 단기 조정 가능성이 커진다"며 조정 시 이익 체력이 유망한 반도체주와 은행주의 매수 기회로 삼을 것을 조언했다.
▶"日, 31년 만에 임금인상률 5% 웃돌 듯"=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지난 15일 평균 임금 인상률이 작년 같은 시점보다 1.48%포인트 높은 5.2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도요타는 2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임금을 인상했다. 도요타는 월 급여를 2만8440엔(약 25만3435원) 올리고 기록적인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협의했다. 일본제철은 기본급을 노조 요구액보다 많은 월 3만5000엔(약 31만1854원) 인상하기로 했다. 혼다자동차는 1989년 이후 최대 월 급여 인상액인 2만1500엔(약 19만1567원)을 올린다.
물론 일본 고용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임금 협상 결과도 남아있다. 하지만 도요타가 "자사의 임금 인상이 협력사에도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하고 일본 정부도 기업 간 임금 인상률을 비교한 자료들을 공개하면서 시장은 전반적으로 임금 인상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중소기업까지 포함한 올해 인상률 전망치는 4.2~4.3%가 거론된다. 만일 7월로 예정된 최종 집계에서도 인상률이 5%대가 유지되면 1991년(5.66%) 이후 33년만에 5%대에 오르게 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BOJ의 마이너스 금리 종료 정책에도 힘이 실린다. 일본 정부는 침체된 민간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임금 인상 폭을 확대하는 과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임금 상승과 함께 물가가 안정적으로 2% 오르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면 금융완화정책 종료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일본의 1월 가계 지출은 전년 대비 6.3% 감소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상황이다.
이르면 오는 18~19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와 함께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도 폐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명목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2.0%로 물가 상승률을 밑돌지만 일본의 고용 수요 개선에 임금 협상을 기점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며 "실질 임금 상승이 디플레이션 탈피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日 증시, 단기 조정 불가피"=뜨거워진 고용시장과 달리 주식시장은 경계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BOJ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 전망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면서 엔화 강세 전환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올 들어 일본 증시가 역사적 고점을 찍은 배경엔 일본판 '밸류업' 효과도 있겠지만 엔저 효과에 따른 '착시 효과'를 결정적 요인으로 꼽는 분석 역시 많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증시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나 일본 기업 실적 호전은 상당 부분 이례적인 엔저에 크게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며 "증시와 실제 일본 경제 펀더멘탈 사이에 위화감은 여전히 크다"고 했다.
시장은 BOJ의 증시 정책 변화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BOJ는 2010년부터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면서 장기간 주가지수 하단을 떠받쳐왔는데, 최근 ETF 매입 중단도 시사했기 때문이다. 한때는 연간 6조원(약 54조원) 규모로 매입했다. 다만,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실 BOJ는 최근 3년간 ETF를 거의 사지 않았던 터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통화정책 경계감이 커지면서 주식시장도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BOJ의 정책 변화 경계심에 달러-엔 환율은 하락 전환(엔 강세)했다"며 "일본 주요 주가지수도 달러-엔 환율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면서 주요 지수는 사상 최고치에서 소폭 물러난 상태"라고 했다. TOPIX(토픽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팬데믹 전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 엔화가 흔들리면 주식시장도 보다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익체력 양호한 반도체·금융 담아야"=전문가들은 일본 증시가 조정받을 때 반도체와 금융주를 매수하는 기회로 삼을 것을 조언했다. AI 시장이 성장하면서 AI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모두 수출 전망이 밝고, 은행주는 금리 인상에 따른 수혜도 챙겨볼 수 있어서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부장 중심의 일본 반도체 테마 ETF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시장을 아웃퍼폼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 섹터 ETF, 고배당주 ETF 투자가 효과적"이라고 했다.
특히 엔화 강세 때 환차익을 챙길 수 있는 '환노출형' ETF 상품이 유리하다. 미·일 금리 차이로 진행돼온 '엔캐리 트레이드'가 완화되면서 달러 대비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원·엔 환율에서도 엔화 강세를 예상해볼 수 있다.
최근 1개월 간 수익률 1위를 기록한 상품 역시 일본 소부장 기업에 투자하는 환노출형 ETF 상품였다.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 ETF의 수익률은 6.29%를 기록했다. 반면, 환헤지형 상품인 TIGER 일본TOPIX(합성 H)와 ACE 일본Nikkei225(H) ETF는 각각 1.22%, 2.07% 수준이다.
미국 금리 인하와 엔화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도 여전히 인기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엔화 강세에 따른 환 차익을 챙기고 미국 금리 인하시 장기채 가격 상승도 노려볼 수 있어서다. 미국 30년 국채에 투자하는 일본 상장 ETF인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ETF로, 올해도 2억341만달러어치(14일 기준)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에선 개인들은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H) ETF'도 677억원어치 사들였다. 지난 12일 상장한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ETF는 최근 3거래일에만 56억원이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