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경찰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선거 캠프 후원회장을 맡은 축구선수 이천수씨에 대한 폭행·협박 사건의 가해자들을 공직선거법상 선거의 자유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들을 선거사범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인천 지하철 1호선 계양역 등 사건 현장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60대 남성 A씨와 70대 남성 B씨의 신원을 특정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7일 오전 7시 28분께 계양역에서 인천 계양을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원 후보와 함께 출근 인사를 하던 이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이씨에게 악수를 청하며 다가간 뒤 손을 잡고 무릎으로 이씨의 허벅지를 가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주변의 제지를 뿌리치며 추가 폭행까지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B씨는 같은 날 오후 2시께 계양구 임학동 길가에서 드릴을 들고 이씨에게 “가족의 거주지를 안다”며 협박한 혐의 등을 받는다.
A씨와 B씨는 우선 공직선거법상 선거의 자유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조만간 일정을 조율해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원 후보는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명백한 범죄”라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인천 계양을 원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씨가 선거운동 중 폭행과 협박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선거 방해를 넘어선 선거 테러 행위”라고 규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씨를 폭행·협박한 가해자들을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처벌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선거의 자유방해죄’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37조에는 우선 ‘선거’에 관해 ‘선거인·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선거사무장·선거연락소장·선거사무원·활동보조인·회계책임자·연설원 또는 당선인을 폭행·협박 또는 유인하거나 불법으로 체포·감금하거나 이 법에 의한 선거운동용 물품을 탈취한 자 등’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씨는 원희룡 후보의 캠프 후원회장으로서 이 조항에 규정된 ‘선거인’이나 ‘선거사무원’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이씨가 단순히 후원회장으로서 선거 유세단과 함께 출근길 인사를 하다 폭행 등을 당한 것이라면 해당 가해자들에게는 단순폭행 등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홍완식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는 그 대상이 한정돼 있는데, 후원회장은 연설원이나 활동보조인 등으로 볼 수 없다”며 “넓게 보면 선거를 방해한 자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해당 규정을 유추해석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한다면 선거의 자유방해라고 볼 수는 없고 단순폭행 등 혐의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박종명 서브텍스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박 변호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지 않을 거라고 단정할 순 없을 것 같다”며 “공직선거법 제237조 제1항 제2호에는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 자’도 선거의 자유방해죄로 처벌한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을 맡은 이씨가 거리 유세 도중 폭행 및 협박을 당한 상황”이라며 “정치적인 성격이 강해 보이는데, 수사기관의 선거범죄에 대한 의지나 방향에 따라 혐의 적용 여부가 좌우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적용 법조는 언제든 바뀔 수가 있는 부분”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 등과 유기적으로 협조해 선거의 자유방해 혐의 적용 여부를 계속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