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동맹 휴학 계속…2월→3월초→3월말 개강 미뤄

“의대 1년생 집단 유급되면 내년 1년 의대생만 8천명”

방 비대위원장 “말이 안 돼…전국적으로 혼란이 생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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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내 해소돼야”…이대로면 내년 의대 1년생 8천명 수업[취재메타]
개강일인 지난 4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생 휴학으로 인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3월 새학기를 맞은 대학들이 활기를 찾고 있지만 전국 의과대학에서는 동맹휴학 신청과 수업·실습 거부로 학사 운영이 파행되고 있다. 특히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에 대한 대규모 유급이 확정될 경우 내년엔 전국 의대 1년차 대학생들 수만 8000명을 헤아릴 수 있다.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기존 의대생들의 졸업 지연 탓에 수련 병원의 의사 공백 역시 불가피해진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 신임 비대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의대생 학사 일정이 아무리 많이 늦춰도 3월 20일~20일 후반이 한계”라며 “전국적으로 파국을 막으려면 오는 18일, 19일 전에 뭔가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11~12일 정도 밖에 없다”고 했다.

방 위원장은 이어 “의대생들을 진짜 유급해버리고 내년에 정부 말대로 2000명을 더 증원해서 5000명을 뽑는다고 치자. 그러면 현재 의대생들 3000명 유급에 내년 입학할 의대생까지 합치면 의대 1학년생은 8000명이 된다”라며 “이건 말이 안 된다. 전국적으로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6시까지 학칙상 요건을 지켜서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누적 5425명으로 집계됐다. 전국 의대 재학생(1만 8793명)의 28.9% 수준이다. 일일 누적 휴학생 수는 2월 26일 4880명, 2월 27일 4992명, 2월 28일 5056명, 2월 29일~3월 2일 5385명, 3일 5387명, 4일 5401명, 5일 5412명, 6일 5425명 등이다. 다만 거의 대다수 의대생들은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학칙 요건을 지키지 않은 휴학계 제출은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의대생들의 유급 여부는 기존 학칙에 따른다. 기존 학칙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업일 가운데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할 경우 F학점을 부여해 유급이 확정된다. 이미 2월부터 개강을 한 대학의 경우 늦어도 3월 중으로 휴학 등 사태가 풀리지 않으면 대규모 유급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대학들은 이들의 집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2월이었던 개강일을 미루고 있다.

중앙대 의대는 지난달 예정이던 개강을 미루고 이달 11일 첫 수업을 하기로 했다. 성균관대 의대는 본과가 지난달, 예과가 이달 4일 개강할 예정이었지만 모두 이달 11일로 늦췄다.

전남대 의대는 지난달 19일 개강했지만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아 교수 회의를 열고 오는 25일 첫 수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조선대 의대는 이달 4일 개강했지만 학생들이 나오지 않아 본과 3~4학년의 실습 수업을 미룬 상태다. 충남대와 건양대는 각각 이달 18일, 25일로 개강을 연기했다.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대학들도 있다. 고려대 의대는 이번에 입학한 예과 1학년만 이달 4일부터 개강했으며, 경희대 의대 예과(1~2학년)는 이달 4일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고려대 의대 본과와 예과 2학년, 경희대 의대 본과(3~6학년)는 개강을 미루고 있다. 연세대와 한양대 의대는 학사 일정을 정상 운영하고 있지만 학생 중 일부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상당수 의대가 이달 초로 본과생들의 개강을 연기했는데, 의대생들의 단체 행동이 계속되면서 이달 중순·말로 개강을 한 차례 더 늦춘 것이다. 실습을 포함해 연간 40주 수업하는 의대 학사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개강을 계속 미룰 수는 없는 만큼, 대학가에서는 이달 중하순이 학사운영이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